[댄스 챌린지③] "과하고 식상하다"는 아쉬움 왜 나오나

정병근 2024. 1.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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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발표하면 댄스 챌린지 당연시된 상황
'챌린지 품앗이'까지..대중은 빠진 '그들만의 리그'

짧게는 10여 초에서 길어도 웬만해선 1분을 넘지 않는 댄스 챌린지는 최근 몇년 사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의 성장과 맞물려 문화 현상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가 됐다. 음악 업계도 이를 적극 수용했다. /댄스 챌린지 영상 캡처

'댄스 챌린지'는 K팝의 주요한 구성 요소가 됐다. 빼놓을 수 없는 신곡 홍보 수단으로 자리잡았음은 물론이고 묻혀 있던 곡에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아예 챌린지 맞춤용 음원인 '스페드 업' 버전을 따로 공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댄스 챌린지'가 뭐길래 이토록 열광인지 직접 체험해보고 업계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2007년 전 세대가 원더걸스의 'Tell me(텔 미)' 춤을 따라추는 UCC 신드롬이 있은 지 13년이 지나 지코의 '아무노래' 댄스 챌린지 열풍이 가요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4년여가 지난 지금 댄스 챌린지는 Z세대들의 즐거운 놀이 문화가 됐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뜨겁다.

짧게는 10여 초에서 길어도 웬만해선 1분을 넘지 않는 댄스 챌린지는 최근 몇년 사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의 성장과 맞물려 문화 현상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가 됐다. 음악 업계도 이를 적극 수용했다. 가수가 신곡을 발매할 때 프로모션으로 댄스 챌린지를 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됐다.

댄스 챌린지 유행을 선도한 지코는 지난달 말 유튜브 채널 'the BOB studio | 더 밥 스튜디오'에 공개된 '최자로드8' 13번째 에피소드에 출연해 댄스 챌린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낯부끄럽지 않게 멋있는 척 귀여운 척 예쁜 척을 다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 명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시 지코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멋쩍음이란 게 있으니까 하나의 플랫폼을 제공해 주면 다 여기서 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댄스 챌린지의 궁극적인 취지다.

색다른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댄스 챌린지는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함께 즐기자는 취지의 댄스 챌린지인데 마치 신곡을 발매할 때 당연히 해야하는 것처럼 돼버렸고 일부에선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또 이로 인해 음악방송 대기실은 서로 '챌린지 품앗이'를 하느라 분주하다.

이는 누군가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레드벨벳 웬디와 슬기는 지난달 유튜브 채널 '뱀집'에서 댄스 챌린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끔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뱀뱀은 "어느 순간부터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당연한 게 돼버렸다"고 했고 웬디는 "잘 못해줬을 때 미안하다. 챌린지가 무섭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아무노래' 때만 해도 댄스 챌린지는 신선한 콘텐츠였는데 지금은 어떤 챌린지가 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진다. 무엇보다 이젠 함께 즐기는 챌린지라기보다 가수들이 동료 연예인들과 챌린지를 촬영해 팬들에게 볼거리로 제공하는 것에 더 가까워진 상황이다. 댄스 챌린지의 취지가 무색해진 '그들만의 리그'인 셈.

레드벨벳은 지난달 유튜브 채널 '뱀집'에 출연해 최근 댄스 챌린지가 좀 과하다고 입을 모으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뱀집' 영상 캡처

한 가요계 관계자는 "댄스 챌린지가 처음엔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요즘엔 거의 다 하니까 변별력도 없고 이젠 좀 지루하다. 우리나라가 유독 더 댄스 챌린지에 집착하는 거 같다. 해외 아티스트를 보면 같은 숏폼이라도 내용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게 많다. 우리나라는 챌린지만 계속 돌리니까 식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중이 같이 즐겨야 하는데 가수들이 셀럽들과 촬영한 것들이 더 많은 거 같다. 그리고 틱톡 마케팅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라 어떤 곡이 숏폼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해도 순수하게 뜬 게 아니라 바이럴 마케팅처럼 의심부터 들더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반대로 일반인이 시작해 대중은 물론이고 스타들에게까지 퍼진 댄스 챌린지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연말 '역주행' 끝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엑소의 '첫눈'이 대표적인 예다. '첫눈'은 엑소가 2013년 12월 발매한 겨울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댄스 크루 깐병의 리더 황세훈이 이 곡에 창작 안무를 한 것이 퍼졌고 '역주행'의 계기가 됐다.

황세훈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댄스 챌린지나 숏폼을 촬영하는 게 단순히 춤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추억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신곡과 함께 의무적으로 쏟아지는 댄스 챌린지들이 조금 아쉽기는 한데 숏폼이 하나의 문화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창작 안무로 챌린지를 하기도 하고 가수 분들이 한 챌린지를 하기도 한다. 예전 노래들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더 중독성도 있고 기존에 존재하는 챌린지도 없어서다"라고 덧붙였다.

댄스 챌린지가 성행하면서 주목받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스페드 업(Sped up)' 음원이다. 원곡을 빠르게 돌려 춤을 추기에 좀 더 적합하게 만든 버전이다. 사용자가 임의로 원곡을 빠르게 돌려 배경음악으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젠 제작자가 원곡과 함께 '스페드 업' 버전 음원을 공개하는 일이 많아졌다.

'스페드 업' 음원은 색다른 재미와 다양한 감상을 제공하는 반면 원곡의 감성을 배제한 채 자극적인 것에만 몰두하게 만든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속도를 빠르게 하다 보니 곡 분위기도 달라지고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원곡과 다르게 들리는 보컬이 오히려 재미 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콘텐츠 배경음악을 제공하는 카테고리를 넘어서 아예 숏폼용 음원을 제작해서 발매하려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스페드 업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자식 같은 작품을 트렌드 때문에 퀄리티 상관하지 않고 발매를 한다는 생각에 씁쓸해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스페드 업 버전이 주목받으면서 원곡까지 덩달아 상승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고 이 관계자도 이를 순기능으로 꼽기도 했다. 이 관계자를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은 "트렌드는 늘 변하고 지금은 댄스 챌린지와 스페드 업을 빼놓을 수 없다. 즐기는 사람이 없으면 자연히 사라진다. 지금은 그냥 그 자체를 즐기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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