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어2 리마스터 "분명 같은 스토린데 훨씬 풍성해졌다"
너티독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리마스터'를 두고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
첫 번째는 "돈 주고 골프채를 또 보겠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는 내 인생 최악의 게임 파, 두 번째는 "인생 명작인데 리마스터에 모드 추가라니 너무 설렌다"는 내 마음 속 영원한 GOTY 파다.
이 두 부류가 만나면 격렬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라스트 오브 어스 관련 소식과 닐 드럭만이 화제에 오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토론의 장을 볼 수 있다. 까와 빠를 모두 미치게 만들다니, 닐 드럭만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그야말로 여간 슈퍼 스타가 아닐 수 없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는 첫 번째 파다. 골프채 장면은 버텼지만 엔딩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과몰입하지 않기에는 조엘과 엘리를 너무 사랑했던 것이다. 엘리의 손에 남은 것이 텅 빈 집과 칠 수 없는 기타 뿐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게다가 스토리 빼고 전부 만족스러웠던 게임이라 더 타격이 컸다.
상처만 남았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리마스터를 굳이 다시 플레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스토리를 제외하면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이라 어떤 식으로 리마스터됐는지 궁금했다. 과몰입을 제외한다면 평론가들 말대로 정말 '훌륭한 이야기'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장르: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4년 1월 19일
개발사: 너티독
플랫폼: PS5
■ 그래픽 개선과 듀얼 센스 : 체감 100%
기존 파트 2가 스토리만 빼면 워낙 잘 나온 게임인 탓에 상전벽해 수준의 엄청난 변화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그래픽이 개선됐다. 광원 묘사나 텍스처 질감, 피부 묘사, 그림자 등의 변화로 약간 흐렸던 시야가 안경을 낀 것처럼 선명해졌다.
표정 묘사 역시 한결 풍부해졌다. 이전 버전이 "이런 표정을 짓고 있구나" 정도였다면, 리마스터 버전은 흔들리는 시선과 눈동자로 많은 것을 말한다. 조금 더 선명해진 것 뿐인데도 미묘한 표정의 변화나 눈빛 변화를 캐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듀얼 센스 역시 소니 퍼스트 파티답게 찰진 햅틱 피드백을 자랑한다. 발전기를 돌릴 때는 흡사 자동으로 당겨지는 느낌이 들고, 기타를 연주할 때는 기타 현이 튕기는 듯한 미세한 진동이 전달된다. 특히 근접 전투 상황에서의 타격감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는데, 고역이었던 애비 파트도 전투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적응형 트리거 역시 다른 게임에서는 체감하기 힘들었지만 리마스터에서는 꽤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총기마다 감각과 반동이 전혀 달랐다. 원래 사소한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확실히 이래서 다들 듀얼 센스 지원에 목말라 하는구나 싶었다.
■ 로그라이크 모드 노 리턴 : 도전하는 재미 쏠쏠
새롭게 추가된 로그라이크 모드 노리턴 역시 꽤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포위전, 돌격전, 섬멸전 등 다양한 조건이 무작위로 주어지고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방은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로그라이크 장르가 그렇듯 재화 관리가 굉장히 중요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 총탄을 모두 소모했다면 총탄이 0인 상태로 다음 스테이지에 진입한다.
스테이지 진입 후 보급 상자가 있긴 하지만 정비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보통 클리어 후 재정비하는 편이다. 총탄도 없고 근접 무기도 박살난 상태였는데 스테이지 정보를 보려다 버튼을 잘못 눌러, 무작정 달리며 포위전을 클리어하기도 했다. 포위전이 아니었다면 그냥 망했을 것이다. 정말 짜릿한 추격전이었다.
파트 2의 전투를 재미있게 플레이한 유저라면 분명 노리턴 모드 역시 마음에 들 것이다. 조건 및 장소, 적 모두 랜덤이라 반복 플레이해도 지겹지 않고, 일종의 도전 과제인 갬빗도 있어 목표를 달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자의 경우 몇 판 플레이하자 진이 빠지고 말았다. 역시 헌터는 체질이 아닌 듯 싶다.
■ 로스트 레벨 : 삭제된 장면과 개발진 코멘터리 위주
많은 유저들이 로스트 레벨에 대한 설명을 보고 '혹시 파트 2에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이 있나'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아니었다. 정확히는 개발 도중 잘린 부분을 보여주고, 어째서 이런 파트를 구상했는지, 어떤 상호작용을 넣을 예정이었는지 개발진들이 설명해 주는 콘텐츠다.
로스트 레벨에는 잭슨 마을에서의 파티, 시애틀 하수도에서의 장면, 문제의 골프채 이후 엘리의 사냥 장면이 담겨 있다. 디렉터인 닐 드럭만이 오프닝에서 직접 이 시퀀스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왜 삭제됐는지, 어느 정도 개발됐었는지 등을 설명해 준다. 물론 게임 내에서도 개발자 내레이션을 들을 수 있다.
로스트 레벨이 삭제된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잭슨 마을에서의 파티가 삭제된 것이 아쉬웠다. 엘리가 다소나마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이어서 그랬다. 세스의 시비와 조엘과의 말다툼이 있었지만, 후반에 피폐해지는 엘리를 생각하면 이 얼마나 안온한 시간인가.
비슷한 콘텐츠로는 제작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파트 2를 감명 깊게 플레이했던 유저라면 분명 만족스러울 법 하다. 기자는 2회차 플레이만으로도 내상이 깊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는 읽지 못했다.
■ 파트 2 스토리 : 개발진의 게으름은 여전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라는 데서 짐작했겠지만 기존 파트 2에서 스토리가 변하지는 않았다. 대망의 골프채 파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적어도 조엘에게 합리적인 죽음의 이유를 마련해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졌던 엘리와 디나의 연애 장면이나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애비의 감정 등 작중 인물의 감정선은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픽 개선도 개선이지만, 2회차 플레이라 한결 정제된 감정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던 덕분이다.
파트 2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게임이 체험형 미디어이기에 가능한 몰입과 이의 역전을 노렸다. 자신이 증오하는 자가 되어 원하지 않은 강제적인 이해와 공감을 경험하고, 확고하게 굳어진 나와 타자 사이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용서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누군가 말했던 '게임이기에 가능한 도전'이라는 말은 확실히 맞다.
다만 그 과정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강제적인 이해와 용서의 과정을 유저들은 고통스러운 폭력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특히 애비의 불륜과 엘리에 대한 내로남불은 2회차 플레이에서도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이건 유저 문제가 아니라, 개발진 게으름 탓이라고 본다.
■ 살까 말까 : 파트 2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구매
결과적으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리마스터는 원작을 재미있게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매하길 권하고 싶다. 일단 노리턴 모드만으로도 한동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그래픽과 듀얼 센스 지원, 로스트 레벨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 돈이 아깝지 않은 리마스터다.
다만 원작 전개에 거부감을 느꼈다면 굳이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굳이 사서 고통스러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단돈 만 원이라도 아껴서 치킨을 한 번 더 시켜 먹는 편이 낫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수많은 구설수에 올랐지만 시도 자체는 꽤 신선했다. 스토리를 차치하고라도 굉장히 잘 만든 게임이니 이번 기회에 경험해볼 만 하다.
1. 확연하게 느껴지는 그래픽 개선과 듀얼 센스
2. 잘 만든 로그라이크 모드 노리턴
3. 원작 팬을 위한 삭제된 장면 및 개발자 코멘터리
1. 여전히 호불호 갈리는 스토리
2. 콘솔 초심자에게는 꽤 까다로운 난도
3. 게임 몰입을 깨는 디렉터의 SNS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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