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불확실성 키우는 총선 리스크
양곡법·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등
표 겨냥 총선용 정책·법안 남발
방만한 살림살이에 국민 불안
세계일보 창간 35주년을 맞아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직면한 도전과제가 무엇인지를 들어보는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 사회 리더들은 대체로 저출산 고령화와 고착화한 저성장, 불안정한 국제정세 등을 공통적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올해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상황에서 총선이 한국 정치·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되레 국가의 우환덩어리로 전락한 듯해 안타까울 뿐이다.
여권도 요즘 표가 될 만한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폐지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를 겨냥했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연간 1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지만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21대 총선에서 코로나19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슈로 여권 프리미엄을 누리며 압승한 민주당 사례를 본 현 여권 인사들로서는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10 주택대책’은 부동산 시장을 불안케 할 요소가 다분하다.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의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가 가장 눈에 띄는데 자칫 투기 수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반시장적인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에 ‘영끌’한 20∼30대다. 당시 ‘꼭지’에 거액의 대출을 받아 노·도·강 아파트를 산 청춘들은 요즘 하락장에 너도나도 투매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나온 듯한 이번 대책이 또 다른 ‘영끌족’을 양산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대책의 핵심 내용들은 도시정비법·주택법·조세특례제한법·민간임대주택법 등을 바꿔야 비로소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들이 태반이다. 거야 구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의도와는 무관하게 정책이 투기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민은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정치권이 예산과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떤 사업에 우선 순위를 둘지에 따라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달라진다. 눈앞의 표심만 보고 방만한 살림살이로 일관하다 남미처럼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도 있다. 깐깐하고 소신 있는 운용으로 경제 위기에도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 곳간을 만들 수도 있다. 야구에서 공격은 관객을 부르지만 우승 트로피는 대체로 수비가 강한 팀이 차지한다.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할 정치인을 선택하는 게 선거다.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포용적·통합적인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건전한 재정의 토대를 만드는 방향으로 희소한 가치를 배분한다. 그래야 총선이 리스크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공론의 장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이천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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