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대만 총통선거와 한·중관계
韓, 국익 기반 원칙 수립해 위기 관리해야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이는 1996년 총통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의 결과가 상당한 의미를 가진 이유다. 이번 선거에 우리나라도 유독 민감했다. 우리가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의 일원이고 한·미·일 군사 관계의 강화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대만의 외교·경제·안보 행보는 우리가 적극 추진하는 일련의 외교 전략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 우리의 관심도 커졌다.
더욱이 민진당 이전의 국민당이 중국공산당과 타협한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 합의)에 근간한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통일 방식에 대만인의 반감과 불신은 극도에 달했다.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과 2019년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중국의 해결 방식에 신물이 난 것이다. 일국양제는 본래 홍콩에 군사통솔권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자치권과 자결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했다. 그러나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이 이를 점진적으로 회수해 가면서 ‘92공식’은 물론 중국의 일국양제 무용론 인식이 대만 사회 내에 팽배하다. 우리가 북한과 체결한 ‘9·19 군사합의’와 같은 경험을 대만인도 해협 건너의 전체주의 독재국가와 겪고 있는 셈이다.
대만해협은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도 명확히 확립되어야 한다. 우선 우리 외교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대만과 우리가 당면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같은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과 중간선을 중국이 무단으로 침입하고 있다. 이런 행각에 대응하는 우리의 원칙은 대만해협 문제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은 ‘중국의 일부’라고 반론할 경우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아서 일삼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 없이 우리가 대만해협의 안정을 당당하게 요구하기는 무리한 면이 있다.
대만과 미국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위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중국도 그럴 공산이 크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회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서 그런 의중이 드러났다. 중국은 현재 당면한 경제난의 극복을 위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의 전제 조건으로 군사·국방 고위급 회담의 재개를 제시했다. 중국에 공이 넘어간 것이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중국의 미국 요구에 대한 성의 표시가 대만해협 안정적 관리의 단초가 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행보를 우리가 예의 주시하면서 입장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우리의 입장도 결정해야 한다. 4차 산업 시기에 진입한 중국은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으로 경제난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이의 대표적인 생산체인 대만 및 우리와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중국의 4차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중국의 경제난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외교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제공하는 우리의 대중국 레버리지를 한층 더 강화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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