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자연히 생겨" 전립선비대증 여전히 방치 많아
전립선비대증(prostatic hypertrophy)은 50대의 절반 이상, 70대는 70%가 고통을 받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2시간마다 소변을 누는 빈뇨(頻尿),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어지는 약뇨(弱尿),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急迫尿), 배뇨 후 오줌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잔뇨감(殘尿感), 소변으로 잠을 깨는 야간뇨(夜間尿)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방치하면 요도가 더 좁아져 오줌 누기가 힘들어지고 콩팥이 망가지거나 성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절반 이상인 52% 정도가 병ㆍ의원을 찾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비뇨의학회가 50~70대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립선비대증 인식 설문 조사’ 결과에서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중년 이후 남성의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남성 질환으로, 매우 유병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치료받는 비율이 낮다”고 했다.
◇빈뇨·야뇨·잔뇨감·급박뇨 등이 주증상
전립선은 방광 아래쪽 깊숙한 곳에 있으며 요도를 감싸고 있는 남성 생식 기관이다.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운동을 돕는다. 중년 이후 전립선이 점점 커져 요도를 압박하고, 이에 따라 배뇨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전립선비대증이라 한다.
전립선비대증은 40대부터 발병률이 점차 증가해 60~70대 남성의 40~70%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노화와 남성 호르몬이 주원인이며 유전적 요인,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도 원인으로 꼽힌다. 고지방식이나 간편식 섭취 증가 같은 서구화된 식단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비대증일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요로감염ㆍ혈뇨 뿐만 아니라 방광 모양ㆍ크기가 변하고 방광 일부가 불룩하게 돌출되는 방광 게실(憩室ㆍ곁주머니)이 발생할 수 있다.
콩팥으로 소변이 역류해 콩팥 기능이 떨어지거나 급성 요폐(尿閉)가 생겨 소변줄을 거치해야 할 수도 있다. 급성 요폐는 소변을 보려고 해도 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다.
소변이 배출되지 못해 방광이 크게 부풀면 복부 통증이 극심해지고, 콩팥에 소변이 정체돼 수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요로계 파열이 발생할 수 있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또한 만성화돼 방광 기능이 떨어졌다면 비대해진 전립선을 수술로 제거해도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비뇨의학과를 찾아가 전립선비대증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전립선비대증 진단은 문진(問診), 직장 수지(手指) 검사, 소변검사, 혈액검사, 요속 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 이뤄진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됐다면 우선 약물로 1차 치료를 시행한다. 약이 굉장히 좋아져 약물 치료로 환자의 80%~90%는 치료할 수 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하지만 약물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요저류(尿貯溜ㆍ방광을 온전히 비울 수 없는 증세)나 반복적인 요로감염, 방광 결석, 육안적 혈뇨 혹은 콩팥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나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립선비대증 발병 원인이 주로 노화와 남성호르몬이기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일·채소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면 전립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소팔메토, 전립선비대증에 효과 없어"
최근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소팔메토’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소팔메토는 톱야자(Saw Palmetto)라는 천연 야자수 열매를 가공해 추출한 성분이다.
소팔메토 열매에는 남성호르몬을 늘리고 전립선비대증 진행에 관련된 5알파 환원 효소 활동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은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팔메토가 의학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과 미국의학협회지(JAMA) 같은 저명한 국제 저널에 소팔메토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논문이 많이 실렸다.
2006년 2월에 NEJM에 실린 논문은 ‘소팔메토는 임상 결과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전혀 개선시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티븐 벤트 박사 연구팀은 전립선비대증이 심각한 49세 이상 남성 22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전립선 크기ㆍ잔뇨량ㆍ삶의 질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2011년 9월 발표된 JAMA 논문에서도 ‘소팔메토 열매에서 추출해 만든 제품은 전립선비대증 요로(尿路) 증상 개선에 위약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 베리 박사팀도 하부요로증후군에 소팔메토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전립선비대증 개선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짐 테그림트 박사팀은 5,3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팔메토를 투여한 그룹의 요로 개선도가 플라시보 그룹에 비해 비교 우위가 입증되지 않았고 야간 배뇨에만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를 복용하다가 전립선비대증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효과 없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김준철 부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복용해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가 40% 정도”라고 했다.
□전립선 질환 이상 증상 8가지
-빈뇨: 배뇨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경우(정상 범위: 하루 총 10회 이내)
-야뇨: 수면 중에도 소변이 마려워 밤에 한 번 이상 소변을 보거나 침상에서 소변을 보는 경우
-잔뇨감: 배뇨 후에도 소변이 남아있는 느낌이 드는 경우
-급박뇨: 갑자기 소변이 급하게 마려운 느낌이 들고 배뇨를 참을 수 없는 경우
-혈뇨: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배뇨통: 배뇨 시 요도 또는 방광 부위가 화끈화끈하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급성 요폐: 소변이 마렵지만 배뇨가 안되는 경우
-요실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소변을 보게 되는 경우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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