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작업”…위험천만 도로 위 청소 노동자
[KBS 부산] [앵커]
부산지역 청소 노동자들은 매일 밤 차가 달리는 도로에서 쓰레기를 옮겨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각 지자체도 안전한 장소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데요.
청소 노동자들의 위험천만한 작업 현실, 강예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늦은 밤 차량들이 내달리는 부산의 한 8차선 도로.
임시로 통제한 도로 한켠에 커다란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잠시 후 폐기물 운반 차량이 속속 들어서더니 쓰레기를 화물차에 싣습니다.
매립장으로 가기 전 쓰레기를 큰 화물차에 한데 모으는 '이적 작업'입니다.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위협하고, 안전 고깔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기도 합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최소 시속 50~70km 정도로 다녀요. 음주 차량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고깔을 부딪치고 가신 분도 있고…."]
지난 2022년 4월엔 이곳에서 쓰레기를 옮겨 담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차량에 부딪혀,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도로를 불법으로 막고 작업하다 보니 민원이 잦습니다.
서둘러 작업을 해야 해 안전수칙도 어길 수밖에 없습니다.
차량에 위태롭게 매달려 쓰레기를 쏟아 붓고, 머리 위로 대형 집게가 내려오는데도 작업을 멈추지 못합니다.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제대로 된 적환장(작업장)이 없으니까 작업 방식을 저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부산 지역 16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가까운 7곳의 청소 노동자가, 도로 위에서 이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업체는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도심 속 공간 확보가 어려운 만큼, 서울시처럼 지자체가 나서서 이적 작업장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민원 문제 이런 것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입니다. 국가적이나 시 차원에서 조금 연구를 해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특히 부산지역 10곳의 자치단체는 작업장을 따로 확보하도록 조례까지 제정했지만 절반이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 "업체에서 과업지시서 상에 보면 적환장을 마련하게끔은 돼 있거든요."]
환경부 역시 지자체 일이라며 관리 감독 의무에 손을 놓은 상황.
청소 노동자들은 밤마다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목숨 건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
강예슬 기자 (yes36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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