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작은 틈… 닷컴 속 오아시스 '미담 코너'

최승영 기자 2024. 1. 16. 2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동아·파뉴, 공동체 가치 전달

대다수 언론사가 여전히 미담 기사를 내고, 일부는 아예 전담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 콘텐츠 가운데서도 틈새 시장에 가깝지만 언론계로선 유구한 ‘장르’가 디지털 시대에도 생존한 셈이다. 선한 뉴스로 공동체 주요 가치를 전하려는 언론사의 행보, 지속 트래픽이 확보되는 꾸준한 수요의 의미 등 함의를 돌아봄직하다.

미담 코너를 두고 있는 언론사들의 모습. (왼쪽부터) 국민일보의 ‘아살세’, 동아일보의 ‘따만사’, 파이낸셜뉴스의 ‘따뜻했슈’ 등 코너를 통해 나온 미담 기사들.

동아일보는 지난해 1월 디지털콘텐츠 주간 편성표를 선보이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따만사) 코너를 배치했다. 기부와 봉사 등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꾸려지는 미담 코너는 매주 연재돼 최근 론칭 1년을 맞았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기자들이 전담해 쓰는 게 특이하다. 편성표란 전사적 디지털 전략 추진에 자회사를 참여시키며 적절한 아이템이 고민됐고, 미담이 포함됐다. 최현정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장은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코너를 먼저 제안했는데 회사에서 편성표에 넣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봤고, 좀 더 의미가 있는 걸 바랐다”며 “온라인을 담당하며 사건사고, 커뮤니티를 많이 접했는데 사회 분위기가 10년 전과 너무 바뀐 걸 실감해왔고, 이전 인터뷰 연재 경험, 출입처가 없는 현실 등을 고려해 미담 인터뷰로 가닥을 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은 하지만 정치기사 등과 비교해 특별히 트래픽이 잘 나온다고 보긴 어렵다. 최 팀장은 “인터뷰했던 사람이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해 운 좋게 대박이 나기도 하지만 트래픽만 생각하면 할 이유가 없다”며 “비판하고 분노할 사안을 전하는 게 언론 역할이지만 결국 사회를 지금보다 좋게 만들자는 취지이지 않나. 공동체 의식이 망가져 약게 사는 게 훌륭하단 생각이 팽배한데 저희가 만나는 분들은 만날 손해만 본다. 그 분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돌아간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아직 살만한 세상’(아살세) 코너를 7년째 운영 중이다. 온라인뉴스부에서 전담해 온라인 커뮤니티, 방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를 하고 ‘따뜻한 사연’을 담은 기사를 쓴다. 국민일보 지호일 온라인뉴스부장은 “현실적으로 클릭수도, 호응도 좋다. 뉴스를 소비하며 딱딱하고 험악하고 비판적인 글에 지치신 분들이 많구나 실감한다”면서 “데스크로선 취재기자들이 만날 사건사고를 다루는데 적어도 이런 기사를 취재하고 쓸 땐 ‘세상이 좀 살만하구나’ 느낄 수 있지 않겠나란 생각도 한다”고 했다. 이어 “커뮤니티 사연 등은 연락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이나 소방 등을 통해 파악한 사례는 접촉이 돼도 당사자들이 기사화를 꺼릴 때도 많아 난점이라면 난점”이라고 덧붙였다.

꾸준히 미담 기사를 써오다 ‘이런 기사만 모아 볼 수 없냐’는 독자 반응이 많아 파이낸셜뉴스도 지난해 10월 ‘따뜻했슈’ 코너를 만들었다. 디지털본부 뉴스팀 기자들이 전담해 통신사, 방송 등을 참고 또는 재가공해 선한 뉴스를 내놓는다. 조유현 파이낸셜뉴스 뉴스팀 기자는 “부서 특성상 PV를 중점적으로 보는데 미담은 흉기 난동만큼이나 잘 나온다. 자극적인 뉴스도 관심 갖지만 훈훈한 소식에 다들 목 말라 있는 것 같다”며 “온라인 부서에서 보기 안 좋은 많은 기사를 접하고 독자도 비슷할 텐데 선한 뉴스는 제게 힐링 차원이기도 하고, 독자에게 콧바람 좀 쏘이게 해드리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 외 한겨레 ‘덕분에 더 따뜻한 세상’, 매일경제 ‘우리사회 작은 영웅들’ 등 코너가 존재하고 대다수 매체가 미담 기사를 꾸준히 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 미담기사는 예전 사회부에서 현재 온라인부서로 대부분 역할이 넘어갔고, 험한 뉴스 가운데 이용자들이 “숨 쉴 곳을 찾는” 차원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 공동체의 중요 가치를 전하려는 이 시도들은 의미가 있지만 보도 자체의 혁신이 아니라 뉴스·세상 전반에 대한 높은 피로도를 근원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선 과제가 된다.

‘따뜻했슈’ 코너와 별개로 ‘선인장’(선한 인물을 소개하는 장)이란 미담 인터뷰 코너도 연재 중인 조 기자는 “사회 기사든, 국제 기사든 요즘엔 뭘 쓰든 다 정치 댓글이 달리는 반면 선행 기사엔 대부분이 칭찬 댓글인데 분열을 결국 하나 되게 만드는 게 뭔지 생각해보게 된다”며 “선한 소식을 전하는 건 점점 악해지기만 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사람들이 선행을 도전하게 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요즘 무인카페 점주들이 학생들 선행에 감동받았다는 사연이 많은데 학생들이 기사를 본 결과는 아닐까”라고 했다.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