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비 관리 알아서 척척, 신규 고객 저절로 쑥쑥…모이니 판 커지네
2018년 첫 출시 카뱅이 선두주자
납부일 자동고지 등 다양한 기능
가입자 1000만명 육박 인기몰이
토스뱅크·케이뱅크도 잇단 출시
자금 조달·고객 유치 등에 강점
모임 성격에 맞춘 공략이 포인트
친구·가족 모임이나 동호회, 동문회 회비를 관리하는 용도의 모임통장이 은행권의 주요한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의 MZ세대가 모임 회비 통장으로 일반 통장보다 모임 전용 통장을 선호해, 모임통장은 은행이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데도 쏠쏠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기존 통장에 없던 기능을 탑재한 모임통장이 인기를 끌자 시중은행도 새로운 모임통장을 출시, 판매하고 있다.
■ 카카오뱅크 흥행에 줄줄이 출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시중은행에도 모임통장 상품이 있었다. 그러나 모임통장이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좀 더 보편화한 것은 인터넷은행이 모임통장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부터다.
2018년 12월 모임통장을 출시한 카카오뱅크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출시와 함께 카카오톡으로 모임원을 초대하는 기능, 모임원이 회비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목표 생활비를 정하고 지출을 관리하는 ‘생활비 관리 기능’, 모임원들에게 자동으로 회비 금액·납부일 등을 알리는 ‘회비 관리 기능’을 추가했다. 편리한 기능 덕분에 이 상품은 인기몰이를 했고 현재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달 초 이용자 수가 975만명이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이 인기를 누리자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지난해 2월, 케이뱅크가 지난해 8월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통장을 최초 개설한 모임장뿐만 아니라 다른 모임원에게도 통장 출금과 체크카드 발급·결제 권한을 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케이뱅크 모임통장은 목표 금액을 최대 1000만원 달성할 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시중은행도 모임통장 기능을 선보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일반 통장에 모임통장 기능을 덧입히는 ‘KB 국민총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별도의 모임통장을 개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다른 은행 상품과의 차이점이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모임의 총무가 회비 현황을 한눈에 확인하고, 미납자에게 알림을 보내 회비 납부를 유도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KB국민은행과 유사한 ‘모임통장 서비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이미 사용 중인 회비 통장에 모임 기능을 연결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회비 납부일, 회비 미납 사실 등을 모임원에게 자동 통보해준다. 또 모임의 총무가 바뀌면 새 총무의 통장으로 모임 기능을 이전해 기존 회비 내역이나 모임 고유의 계좌번호 등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자 비용 적어 은행 자금 조달에 유리
은행이 앞다퉈 모임통장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자금 조달과 고객 확보 측면에서 모임통장만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모임통장은 은행이 일반적인 정기예금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도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품이다. 카카오뱅크를 예로 들면 지난 15일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연 3.7%(1년 만기)이고, 모임통장은 연 0.1%다. 모임통장을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로 연결하면 연 2.1% 금리가 제공되지만,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낮다. 토스뱅크는 모임통장에 연 2.0% 금리를 주는데, 이 또한 정기예금(연 3.5%)보다 낮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을 은행에선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한다. 모임통장도 저원가성 예금에 해당한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예금 중 저원가성 예금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56.9%로 은행권 전체(38.3%)보다 높은데, 모임통장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모임통장의 잔액 규모도 작지 않다. 모임이 이어진 기간, 모임원 수 등에 따라 정기예금 못지않은 수준이 된다. 직장인 박모씨는 “매달 모임통장에 회비를 내는 친구 모임이 있는데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그 통장의 회비를 쓸 일이 아직 없었다”며 “그 덕분에 1200만원 이상이 모였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6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신규 고객과 접점 넓히는 기회
모임통장은 은행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특정 은행과 거래한 적 없는 금융소비자가 모임 회비 때문에 이 은행과 접점이 생기고, 추후 신규 고객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모바일 금융에 익숙한 젊은층일수록 모임통장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어, 모임통장은 은행이 20~40대 고객에게 접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2024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를 보면 모임 회비 통장이 있는 30~40대 중 일반 통장이 아닌 모임 전용 통장을 이용하는 경우는 72.2%, 20~30대에선 65.6%(이상 복수응답)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를 통틀어 봤을 때 모임 전용 통장의 이용률이 매우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5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53.1%가 ‘모임을 위한 회비 통장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44.6%는 일반 통장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임 전용 통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모임통장이 모임의 성격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반 통장을 쓰고 있는 모임원들을 모임통장으로 유도하는 것은 향후 은행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략할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모임통장은 모임과 관련한 거래가 있을 때 다수의 고객에게 한 번에 접근할 수 있어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다수가 관여하는 만큼 정보공개와 공동 거래의 편의성이 확보돼야 하고 모임 구성원, 모임 성격 등에 따라 금융 거래의 수요가 다를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