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中유출 혐의' 前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구속 면해

[theL] 법원 "방어권 필요…증거 상당수 확보"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중국 기업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1.16.

D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에 대해 16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에 대해 사실적·법리적 측면에서 다투고 있고,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비춰 방어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며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며 수사·소환에 성실히 응해온 점, 관련 증거도 상당수 확보된 점을 비롯해 심문태도 등을 감안할 때 구속의 필요성·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삼성전자가 2014년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코드명 '볼츠만')의 공정도를 중국 CHJS(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15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A씨가 700~800여단계에 이르는 공정도를 CHJS에 건넨 것으로 본다. A씨는 공정도가 자체적으로 제작됐다며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CHJS는 중국 청두시 정부와 싱가포르 반도체 컨설팅 업체 '진세미'가 2020년 합작한 회사로, A씨는 CHJS의 임원을 지냈다. 진세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원 출신 반도체 전문가 최진석씨(66)가 2015년 설립한 곳이다.

경찰은 CHJS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인력 200여명을 영입한 데 기술유출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지난해 컨설팅·헤드헌팅(인력알선) 업체와 관련자의 자택·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CHJS가 반도체 수율 확보에 실패한 탓에 청두시는 지난해 진세미와의 합작을 청산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 등을 유출·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