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지역 7시뉴스 '40분→10분'… 지역총국 기자들 반발
사측 "축소땐 예산 40억 절감 가능"
내부 "그 돈 아끼려 가치 훼손하나"
KBS가 9개 지역총국이 자체 제작·편성해온 ‘뉴스7’ 시간대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사실상 지역뉴스 죽이기”라는 KBS 안팎의 거센 비판이 나온다. KBS 지역정책실은 지난 10일 업무보고에서 지역총국의 ‘뉴스7’을 현행 40분에서 10분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지역뉴스 시간대를 축소하면 예산 4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곧바로 성명을 내어 지역정책실 업무보고에 대해 “지역총국에서 운영해 온 7시뉴스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라며 “박민 사장은 KBS의 지역방송에 대한 철학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드러내고 있다. 40억원 줄이겠다고 지역에서 KBS의 가치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뉴스7’은 본사에서 내보내는 뉴스 위주로 방송하고 10분 남짓 지역 뉴스를 덧붙이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총국이 40분간 자체적으로 뉴스를 제작·편성해 각 지역 의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양승동 KBS 사장 시절인 2019년 11월 주 1회로 시작해 2020년 2월 주 4회로 확대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지역 ‘뉴스7’ 시간대 축소 계획에 지역총국 기자들의 반발은 상당하다. KBS전국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어 지역정책실이 업무보고 자료에 밝힌 ‘지역총국 뉴스7 폐지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국기자협회는 “연간 40억원 정도 들여 지역편성 비율 높이고 대외적으로 이만큼 평가받은 정책이 또 있는가”라며 “시청률이 크게 낮아진 것도 폐지 이유라 하는데 수도권에서 시청률 하락이 더 큰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시청률 하락’ 한마디로 그동안 노력과 성과를 폄훼하고 책임을 떠넘기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때로는 지역의 이슈를 시간 제약 없이 다룰 수 있는 그릇이어서, 그것을 지역 시청자의 관점에서 편집한다는 데 7시뉴스의 큰 의미가 있다”며 “혹여 본사의 뉴스 편집 방침을 그대로 관철시키기 위해 지역 7시뉴스를 폐지하려는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지역 ‘뉴스7’ 폐지 계획을 접한 지역총국 기자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그간 기자들은 늘어난 뉴스 시간 만큼 소외된 지역 사안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다양한 실험을 했고, 이런 ‘지역성 강화’ 시도는 지역사회에서 호평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광주총국 A 기자는 “1분20초 리포트만 하다 5~7분 정도의 사전 제작물이나 기자 이름을 딴 코너, 생중계를 늘리면서 다양한 제작 기법을 경험하고, 역량을 축적한 효과가 있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기자들의 효용감은 그만큼 컸다”며 “과거처럼 본사에서 내보내는 뉴스로 30분 방송하고, 지역 뉴스는 끼워 팔기 식으로 나가게 된다면 지역 사안은 사건·사고 위주로만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부산총국 B 기자는 “대표적으로 ‘풀뿌리K’ 코너 경우 지역 시청자들의 참여 권한을 확보해주는 통로였고, 시간과 편성 권한이 지역총국에 주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 시도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부여받은 임무가 있는데 시간대를 축소한다면 우리가 기존에 하고 있던 지역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추구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있다”며 “본사에선 예산 절감이라는 단순한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사전 의견 수렴조차 없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지난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개 지역으로 구성된 전국민언련네트워크 명의로 성명을 내어 “사안별 수많은 이해 당사자와 이권 갈등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이권 카르텔을 감시하기 위해선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의 존재는 필수적이기에 지역 뉴스7 축소는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공적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지역 ‘뉴스7’ 시간대 축소가 프리랜서 등 인력 운용 문제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7시 뉴스를 위해 편집과 CG 담당자가 대거 채용돼 2년 이상 근무하면서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며 “이렇게 대규모 인력까지 고용한 상황에서 7시 뉴스를 없앤다면, 인력 운용에 오히려 비효율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A 기자도 “제작비 대부분이 인건비인데 그동안 40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작가, AD, 리서처 등 여러 프리랜서 스태프를 채용했다. 회사에선 이들을 계속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프리랜서 인력들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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