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적으로 워싱턴 떠났던 트럼프, 사법리스크 넘어 화려한 귀환
'91개 혐의로 4차례 기소' 사법리스크도 큰 변수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대권 탈환의 첫 관문인 미국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개표율 99%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0%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1.2%,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미 대사가 19.1%의 표를 얻어 뒤를 이었다.
일찍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는 예상됐다. 관전 포인트는 그가 과반 득표를 통해 시작부터 대세론을 굳히느냐였다.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으로 공화당 내 세를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은 워싱턴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후 놀라운 힘을 보여준 것이라며, 미 정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복귀라고 보도했다.
CNN은 단임 대통령이 대선 패배 후 재도전해 성공적인 선거 캠페인을 벌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16년 대선 승리 후 8년이 지난 지금 공화당은 완전히 그의 당이 됐다고 촌평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서 한때 너덜너덜한 듯 보였던 그의 정치 경력에 있어 놀라운 부활이라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승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몇 달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30%포인트(P) 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결과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이번 결과는 공화당이 그에게로 다시 기울고 있다는 최근 흐름의 정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을 벗어나는 이변은 없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주한 사법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가 당연하다고 볼 수는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임기 마지막 날 탄핵당하며 불명예 퇴진했다. 중범죄로 4차례나 기소된 유일한 미 전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는 의회 난입 선동,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 총 91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앞서 콜로라도주와 메인주는 의회 난입 선동을 이유로 그의 공화당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콜로라도주 결정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가 2월 8일 심리가 열린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NYT는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쌓여가는 사법 리스크를 가볍게 여기고 '복수심에 찬 분열이라는 그의 비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승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에게 '지옥처럼' 싸울 것을 주문한 지 3년 9일 만에 나왔다.
CNN은 이번 압승은 가장 열성적인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현대사에서 선거에 대한 최악의 공격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를 대가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엔 명예훼손 소송이 시작되는 미 뉴욕 맨해튼 법원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전했다.
2위 싸움도 이번 경선의 관심거리였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던 헤일리 전 대사는 디샌티스 주지사에 간발의 차로 밀려 3위에 그쳤다. 격차는 약 2%포인트다.
WP는 두 후보의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이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안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혹한 속 치러진 이번 경선에서 투표자는 약 11만명으로, 2016년 18만7천명에 비하면 훨씬 적었다. 경선 전까지 경쟁은 그다지 치열해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일부 유권자들이 자신의 투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정가 시선은 이제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향한다. 뉴햄프셔는 중도층 비중이 높아 대선 전체 구도를 파악하는 '가늠자'로 불리는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는 이번 압승으로 오히려 뉴햄프셔에서는 도전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중도층 표심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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