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 고강도 작전 곧 종료” 이, 예산 20조원 장기전 대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진행해온 고강도 작전을 조만간 종료하겠다고 밝혀 막대한 인명피해를 촉발했던 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다만 이스라엘은 대규모 전쟁 관련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전쟁 장기화 국면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가자지구 북부에서 고강도 지상전이 끝났다”면서 “곧 가자 남쪽에서도 고강도 단계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할 것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가운데 나온 발표다. 미국은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는 공습 의존도를 줄이고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을 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전환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해왔다.
다만 갈란트 장관은 대규모 지상전 등 고강도 전투의 정확한 종료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하마스는 지속적인 군사적 압력 없이는 인질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1월 7일간의 일시 휴전으로 인질 105명이 석방됐지만,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132명이 억류돼 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후 가자지구 통치는 팔레스타인인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나 크네세트(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장관의 개인 의견이지만, 이스라엘 내각의 주요 인사가 ‘팔레스타인 자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맡기는 방안에 힘을 싣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반대해왔다. 네타냐후 정부의 핵심축인 극우파 정치인 중 일부는 아예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국이 “재점령은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갈란트 장관은 정부 내부의 이 같은 혼란상을 염두에 둔 듯 “정치적 우유부단함이 군사작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갈란트 장관은 이번 전쟁 발발 전까지는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해온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의 사안에서 극우 연정과 대립해온 인물로 꼽힌다.
이날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선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두 달 넘게 중단됐던 구급차 운영이 일부 재개되는 등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가자시티에서 응급구조 서비스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2일 2주 가까이 이어진 협상 끝에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의료장비와 연료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일하던 의료진 수십명도 복귀했다.
가자지구 북부에 구호 통로가 완전히 열린 것은 아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이날 이스라엘 당국이 북부 병원에 의약품과 연료 등 구호품 전달을 여전히 막고 있다고 발표했다. ‘고강도 작전 종료’ 발표에도 이스라엘군은 이날 중부 알부레이 난민촌 등을 공격하는 등 하루 동안 전역에서 132명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비용 등을 위해 올해 예산에 550억셰켈(약 20조원)을 추가 편성하는 등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통상 2년 단위로 예산을 승인해 올해 예산은 이미 지난해 예산과 함께 확정됐으나, 전쟁이 100일을 넘기면서 예산 확대 필요성이 생겼다는 게 이스라엘 재무부의 설명이다.
추가된 예산은 국방비와 전쟁 영향을 받은 주민 보상비 등으로 쓰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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