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관왕 ‘오겜’ 넘어 ‘성난 사람들’ 8관왕... 한국계 무대 된 에미상

김민정 기자 2024. 1. 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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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 시각)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스티브 연(오른쪽)과 감독상 등을 받은 이성진 감독. /로이터 연합뉴스

“편견과 수치심은 외로운 것이지만, 연민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듭니다. 이것을 대니(극중 배역)가 가르쳐줬어요. 대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남우 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41)은 무대에 올라 자신이 연기한 극중 배역에 감사를 전했다.

이날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이 다섯번이나 호명됐다.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성난 사람들’이 미니시리즈·TV 영화 부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 주연상(스티븐 연), 여우 주연상(엘리 웡), 감독상(이성진), 작가상(이성진)을 받았다. ‘다머’(넷플릭스), ‘데이지 존스 & 더 식스’(프라임비디오), ‘사랑 이후의 부부, 플라이시먼’(FX) 등과 경쟁해 주요 상을 휩쓸었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의 주연 배우 스티븐 연(왼쪽)과 엘리 웡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각각 미니시리즈·TV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AP 연합뉴스

기술진과 스태프를 대상으로 지난 6~7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받은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까지 합치면 8관왕.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3관왕, 14일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4관왕에 오른 데 이어, 에미상에서도 “압도적인 밤”을 보냈다고 베니티 페어 등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작년 4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감독 이성진이 직접 각본을 쓰고 영화 ‘미나리’의 배우 스티븐 연 등 한국계 배우들이 출연했다. 여우 주연상을 받은 엘리 웡(42)은 중국·베트남계. 난폭 운전으로 얽히게 된 두 아시아계 남녀가 복수에 나서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로, 내재된 분노를 어찌할 바 모르는 이민자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민자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현대인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포착돼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코로나로 폐쇄된 삶을 살며 사람들이 가지게 된 고립감과 분노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평가도 받는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세계 시청 순위 10위 안에 5주 연속 오르며 흥행했다. 설렁탕, 깍두기, 전자제품 등 익숙한 한국적 소재들도 자주 등장한다.

지난 74회 에미상에 이어 올해 시상식에도 익숙한 한국계 수상자들이 무대에 오르며 ‘남의 집 잔치’ 같았던 에미상에도 관심이 커졌다. 2022년 9월 열렸던 74회 에미상에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남우 주연상(이정재)과 감독상(황동혁) 등 6관왕에 오른 바 있다. 에미상에서 주요 부문 상을 탄 첫 비(非)영어 시리즈였다. 한국적 소재를 담은 이야기들이 미국 주류 ‘안방극장’ 시상식 주요 부문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엘리 웡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 주연상을 받았으며, 아시아계 배우가 동시에 남녀 주연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제75회 에미상에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을 받은 ‘석세션’의 배우와 제작진. /로이터 뉴스1

에미상은 드라마 시리즈, 코미디 시리즈, 미니시리즈·TV 영화, 예능, 리얼리티 등 부문별로 시상한다. 시즌제인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선 ‘석세션’(HBO)이, 코미디 시리즈 부문에선 ‘더 베어’(FX)가 다관왕에 올랐다.‘석세션’은 작품상과 감독상(마크 마일로드), 작가상(제시 암스트롱)을 비롯해 남우 주연상(키런 컬킨)과 여우 주연상(세라 스누크), 남우 조연상(매슈 맥퍼딘)을 받아 6관왕을 차지했다. ‘더 베어’는 이날 작품상과 감독상(크리스토퍼 스토어러), 작가상(크리스토퍼 스토어러), 남우 주연상(제러미 앨런 화이트), 여우 조연상(아요 에데비리)을 받았다. 기술 부문(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까지 합해 10관왕이다.

그래픽=정인성

제75회 에미상은 작년 9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할리우드 파업 영향으로 넉 달가량 연기됐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방영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했다. 이번 에미상 시상식은 TV조선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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