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의 김광호 서울청장 ‘기소 권고’에 진퇴양난 빠진 검찰

강은 기자 2024. 1. 1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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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적 ‘불기소’ 결정 부담에
검찰총장이 직접 소집·회부
전문가 동원하고 명분 상실
미수용 땐 안팎서 논란 클 듯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10·29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할 것을 권고하면서 당초 불기소로 기울었던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수심위 의결은 권고적 효력만 있어서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심위의 의견을 듣겠다며 사안을 직접 수심위에 회부했던 터라 검찰이 김 청장을 불기소 처리하기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지난 15일 수심위가 기소 권고를 의결한 것은 김 청장의 ‘주의의무 위반’을 두고 수사팀과 판단이 갈렸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주의의무 위반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되는 데 필요한 핵심 요건이다. 검찰은 수심위에서 “김 청장에게 주의의무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심위는 현안위원 15명 중 9명(기소) 대 6명(불기소) 의견으로 기소를 권고했다.

지난해 1월 김 청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김 청장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참사 발생 보름 전인 10월14일부터 10월27일 사이에 정보분석과·112치안종합상황실 등으로부터 핼러윈데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참사 당일에도 용산경찰서장에게 상황보고를 받았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집중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방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게 특수본 판단이었다. 특수본이 자문을 구한 외부 전문가 5명 중 4명도 이 같은 이유로 김 청장의 형사책임이 인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심위를 소집한 사건 총 14건 중 10건(70%)의 권고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처럼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회부한 수심위 안건의 경우 총 6건 중 5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지금까지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사건 대부분은 수심위가 불기소를 권고한 사례였다.

김 청장 기소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진 터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밀어붙이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서울서부지검은 김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려 했으나 대검은 내용 보강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교체된 서울서부지검 현 수사팀은 불기소 의견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 총장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우니 전문가 의견을 듣기로 한 것이다. 수심위의 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할 경우 ‘수심위 권고를 앞세워 불기소 결정을 하려다 기대와 다른 결론이 나오자 수심위 권고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유가족 측은 “검찰이 김 청장을 불기소할 명분이 더욱 없어졌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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