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심사 불충분했다는 이유로 한동훈 딸 ‘대필 논문’ 무혐의
“업무방해죄 해당 안 된다”
경찰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등 스펙 부풀리기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논문을 실은 단체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아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단체의 정확한 심사기준을 파악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8일 한 위원장 부부와 딸의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 수사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한양은 2021년 해외학술지 ‘ABC Research Alert(ABC)’에 ‘Does National Debt Matter?- Analysis Based On the Economic Theories(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한양의 논문을 케냐 국적의 대필 작가 벤슨(Benson)이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서 작성자의 이름이 벤슨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벤슨도 인터뷰에서 해당 논문은 자신이 2021년 11월 직접 쓴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한양의 논문 대필 혐의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 판례를 인용해 해당 단체들의 충분한 심사 과정이 없었으므로 대필 논문 게재는 한양의 업무방해가 아니라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라는 논리를 폈다. 경찰은 근거로 ABC가 동료 심사를 하지 않는 점, 편집 검토만을 거치는 점, SSRN이 특별한 심사·확인·보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점을 들었다.
경찰은 이 단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심사기준을 적용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한양의 봉사활동 시간 조작 혐의, 전문 개발사가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신이 만든 것처럼 꾸며 제출한 혐의, 수학 문제풀이집 표절 혐의와 한 위원장 부부의 뇌물, 증거인멸 등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인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1년8개월 동안 시간을 끌더니 피의자·관계기관을 소환하거나 압수수색하지 않고 봐주기 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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