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정식 인계’ 정황…경찰도 ‘수사외압’ 인지했다

이홍근·오동욱 기자 2024. 1. 1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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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군 회수 당일, 해병대·경찰 통화 녹취록 공개
해병대 “정확히 넘겨”…국방부 “정식 이첩 아냐” 주장 배치
“이런 외압적인 부분에서…분명 외압 들어올 거다” 내용 담겨

군인권센터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이 군에 회수된 당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찰이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에는 “정식 이첩이 아니었다”는 국방부 해명과 배치되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이 대통령실의 외압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도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16일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은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기록을 경찰로부터 회수해 간 지난해 8월2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담당 팀장이 나눈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통화는 수사기록이 군으로 넘어간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8시15분 이뤄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소속 A수사관은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수사대 B팀장에게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B팀장은 “예”라고 답했다. 경찰이 언론에 해병대로부터 사건을 정식으로 넘겨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하자 사실과 다르지 않냐고 추궁한 것이다.

A수사관은 이어 “정확하게 사건 인계서 공문까지 편철을 해서 인계를 드립니다 하고 왔는데, (경북청에서) 인계받은 게 아니고 자료를 제공받은 정도로만 입장을 표명한 사유가 궁금해 연락을 드렸다”고 했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이후 줄곧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정식 이첩 전에 증거자료를 가져간 것이지 사건 회수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국방부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해병대와 경찰이 정식 사건 인계 절차를 밟았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해병대 측 항의에 대해 B팀장은 “저희들도 지휘부에 검토 중”이라면서 “저희 대장님도 헌병대장님한테 전화를 받았다. 그런 사정이 있어 차후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경찰 지휘부가 이첩 기록 탈취 이후에 이첩 과정과 검토를 하고 있었다”면서 “해병대수사단이 오전에 넘겨준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에 내주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단 정당하게 이첩절차를 밟은 기록을 통째로 국방부 검찰단에 넘겨주고 그 행위를 정당화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압박이 있었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입장을 경찰도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A수사관은 당시 통화에서 “아까도 저희가 말씀을 드렸지만, 이런 외압적인 부분에서 ‘그 청(대통령실)에서 분명 외압이 들어올 거다’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수사단은 당일 오전 10시30분 사건 기록을 이첩하면서 경찰 측과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는데, 이때 수사 관련 외압이 있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사건을 회수한 군검찰은 다음날인 8월3일, 박 대령을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이에 A수사관은 다시 전화를 걸어 “저희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압수수색당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 왜 경북청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십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어 “(채 상병) 부모님 앞에서 맹세했다. 맹세코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했다”고 말하자 B팀장은 “알겠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홍근·오동욱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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