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적자…건보 재정, 수술이 필요해[정쟁 말고 정책]

김향미 기자 2024. 1.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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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건강보험 재정
경향신문·경실련 10대 총선 의제
4년 후에는 적립금 소진 예측 나와
2032년엔 누적 적자액 62조 육박
필요 보험료율 최고 10%대 전망
현재 상한 8%…법 개정 있어야

저출생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고령화로 의료 이용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하는 건강보험 제도가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과제로 꼽힌다.

건강보험은 적립금을 쌓아두는 국민연금과 달리 당해 연도 수입(가입자 보험료, 국고 지원)으로 그해 급여 비용 지출을 충당하는 ‘단기 보험’이다. 의료 이용이 늘어나는 대로 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정부는 민생경제 어려움을 고려해 올해 건강보험료율을 지난해와 같은 7.09%로 동결했다. 2022년 말 기준 약 23조원의 준비금(급여 3.4개월분)이 있기에 가능했다.

장기 전망은 좋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 인상 수준이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올해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에는 누적 준비금(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2032년 누적 적자액은 61조8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 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수입’은 2023년 93조3000억원에서 2032년 175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7.2% 늘어난다. 반면 ‘지출’은 2023년 92조원에서 2032년 195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8.9% 증가한다. 시나리오별로 2032년 필요 보험료율은 8.93~10.06%까지 증가한다.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 증가분이 지출 증가분을 못 따라가는 문제도 있지만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을 새롭게 투입해야 하는 영역도 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필수·지역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또 정신건강이나 간병비에도 급여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험료 인상, 급여 지출 감축 등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 보험료율은 상한(8%)이 있어 이를 높이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은 가계 경제에 부담이 된다.

윤 정부, MRI 급여 기준 강화 등
지출 줄이기에 ‘보장성 축소’ 논란
포괄수가제 확대 등 논의 진행 중
일각선 기금화해 운영 주장도 나와

정부는 이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이 과도한 지출 증대로 이어졌다며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건보 급여 기준을 강화하는 등 ‘지출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과다 이용자에 한해 본인부담률 인상, 본인부담상한제 제외 적용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보장성 축소”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때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케어 도입 후 MRI·초음파 등에서 건보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케어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 정부의 ‘이전 정부 탓하기’라고 했다.

‘과잉의료’를 줄이는 방법으로서 의료서비스 대가(수가) 지급체계를 바꾸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행위별 수가제 비중을 낮추고 의료행위의 ‘양’보다는 ‘질’을 평가해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있다. 질환별로 정액 진료비가 있는 포괄수가제 방식의 확대나 필수의료에 가산하는 공공정책 수가의 확대 적용 등이 거론된다.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건강보험법·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지원해야 한다. 이제껏 정부가 이 비율을 지켜 지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해당 조항은 2022년 말 ‘일몰’됐다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2027년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시민단체들은 ‘일몰’ 조항을 폐지하고 영구 지원을 명문화하자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건강보험도 다른 사회보험처럼 기금화해 운영하자고 제안한다. 정부는 이런 논의 내용을 종합해 조만간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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