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익 위해 검사·시술 남발…총진료비 관리 시스템 만들어 제동 걸어야[정쟁 말고 정책]

기자 2024. 1. 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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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건강보험 재정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비급여 진료부터 엄격하게 관리를
이해충돌 당사자인 의료인이 수가 결정에 개입 ‘불합리’…자문 역할로 제한 필요

한 해 동안 의료비로 지출한 건강보험 재정이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고, 가족이 부담하는 간병비를 추가하면 이보다 훨씬 크다. 건강보험 재정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의 두 배 이상이고,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보험료는 월급의 3%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7%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보장률은 6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고령화로 인구의 17%에 해당되는 노인인구가 보험재정의 43%를 소비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건강보험환자에게 발생시키는 비급여 진료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급여를 확대해도 그때뿐이고, 비급여 진료가 증가하면 보장률이 다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본은 공보험에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금지하고 있으며, 호주는 비급여 항목과 가격표를 공시하여 환자의 총진료비를 적정수준에서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환자의 비급여 진료비를 제대로 관리하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환자보호와 재정안정을 위해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정책과제이다. 더욱이 공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간병비를 고려하면 비급여 관리체계의 구축은 더욱 절실하다.

다음으로 건강보험의 총진료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른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마치 슈퍼에서 물건 사듯이 모든 의료행위와 의약품, 치료재료마다 가격이 설정되어 있어 검사, 시술, 처방을 많이 할수록 의료기관의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이다. 진료량에도 한도가 없으므로 과잉진료가 일상화되고 재정지출이 극대로 늘어난다.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진료비 총액을 법령으로 정해놓고, 그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 의료기관이 아무리 진료를 많이 해도 공보험이 지급하는 총진료비는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굳이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병상수와 의약품을 최대한 줄여 원가를 낮추려고 한다. 정부는 재정 예측이 가능하고, 보험료는 안정적이다. 우리의 경우 노인의료비 급증 상황에서 총진료비 관리 없이 장기적으로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는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 의료인이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처방권을 가진 의료인이 건강보험 정책결정에 참여하여 자신이 처방하는 의료행위와 의약품, 치료재료의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 이 때문에 수가는 매년 인상되고, 의약품이나 치료재료도 가성비가 무시되기 일쑤이다. 평생 부러지지 않는다는 독일의 그 유명한 주방용 칼도 10만원이면 구입하는데, 건강보험의 일회용 수술 칼은 68만원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1알의 가격이 스웨덴에서는 80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800원 수준이다. 대다수 선진국처럼 정책결정과정에는 공익대표와 재정전문가, 가입자대표가 참여하게 하고 이익단체는 자문 역할에 국한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영리병원이 90% 이상인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특성상 인구당 병상수가 외국의 2배 이상이어서 불필요한 입원으로 의료비를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병상은 세워지기만 하면 채워지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급성병상과 요양병상 모두 과감한 축소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법이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여 의사 외 다른 의료인력의 역할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의료인력은 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특별법에 의해 오·벽지의 보건진료원, 학교보건교사, 응급구조사 등이 부족한 의사인력 대신 일정부분을 담당하지만 그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의료·요양·돌봄 영역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을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의료법 개정으로 대체 의료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백세시대의 복지재정 지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김진현 서울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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