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원 50명 감축”…야당 “정치혐오 기댄 허경영의 길”

정대연·이두리·문광호 기자 2024. 1. 1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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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축소 시사하자 정의당 “나쁜 포퓰리즘 정수”
여권 단골 메뉴에 “사회 갈등 더 심화” 전문가들 비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총선 정치개혁 공약으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구보다 비례대표 축소에 무게를 뒀다. 이 경우 유권자 표심과 의석수 간 불비례성이 심화돼 거대 양당의 의석 점유율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정치혐오 정서에 기대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감시 기능을 약화하고 소수 목소리의 의회 반영을 어렵게 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현행)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제일 먼저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무공천에 이은 네 번째 ‘한동훈표’ 정치개혁안이다.

한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국민이 우리 국회가 하는 일에 비해 (의원) 숫자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비판적인 시민 여론을 의원 정수 감축 이유로 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역구·비례대표 가운데 어디서 의원 수를 줄일지는 “차차 고민하겠다”면서도 “비례대표 의원 중 직능을 대표하기보다는 다음 자리, 다른 지역구를 따기 위해 맹목적으로 (당 지도부에) 충성하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가짜뉴스를 뿜어댄 예를 많이 봐왔다”며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현재 국회 의석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한 사람이 한 위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마다 단골로 등장한 소재다. 지난해에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 정수 10% 감축을 주장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것이 한 위원장식의 정치개혁이냐”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과거 의원 정수 감축을 주장했던) 안철수와 허경영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라며 “정치혐오에 기생하고 정치의 자정능력을 없애는 개악안”이라고 평가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나쁜 포퓰리즘의 정수”라며 “국회의원이 적어질수록 의원 개인의 기득권과 권력은 강해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소구하려는 것 같은데, 지금 국민들의 정치염증을 만들어낸 정당이 어디인가를 겸허히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학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에 비춰봐도 인구 대비 의원 정수가 현저히 적은 데다, 대통령과 의회 사이 권한도 현저히 불비례적”이라며 “의원 정수나 권한을 축소해서는 (의회가)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갈등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원 불체포특권을 철폐하고 국회 규모까지 줄인다면 정상적인 의회민주주의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이 비례대표 감축 방식에 무게를 싣고, 현행 준연동형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려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권자 표심에 비해 거대 양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돼 양당 간 극단적 대립정치만 심화된다는 것이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는 “비례대표를 축소할 경우 사회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데 한계가 커진다”며 “특수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구 이익만 대표하는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이두리·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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