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남북공동성명까지 손대…‘유훈 폐기’ 이례적
평양 ‘통일 기념탑’ 철거 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전략을 바꾸는 과정에서 선대 유산까지 부정하고 나섰다. 유훈정치로 세습을 정당화해 온 북한에서는 매우 이례적 행보다.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당 기구인 통일전선부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에서 폐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이 폐지됐고 평양방송을 비롯한 대남·대외 선전매체들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명기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도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7·4 남북공동성명은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당국이 합의한 통일원칙으로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었을 때도 북한은 이를 기본원칙으로 지켜왔다.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삭제함으로써 모든 남북합의서를 무효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해버리는 등의 대책”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이 탑도 김일성 주석의 ‘통일유훈’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준공됐다.
김 위원장은 “북남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우리 측 구간을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의선을 비롯해 접경지역의 남북 간 연결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이 선대에서 쌓아왔던 대남 기조나 통일 원칙을 바꾸고 선대 업적으로 홍보해온 것을 해체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위원장의 선대 유훈 폐기로 7·4 남북공동성명을 기반으로 형성됐던 남북관계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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