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심성 정책…윤 대통령 “91개 부담금 전면 재검토”
법 개정 필요, 실현 가능성 낮아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담금 제도 폐지 추진을 시사한 것이다. 부담금을 폐지하면 24조원의 세수가 줄어들어 국가재정에 부담이 된다. 또 법 개정이 필요해 야당이 반대하는 한 실현 가능성도 낮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밝혔다. 법정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해 국민과 기업에 부과되는 준조세로, 담배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껌값에는 폐기물부담금이 붙는다. 국무회의에서는 회원제 골프장 시설 이용자의 입장료 부가금 등 5개 부담금을 폐지하거나 통합·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정비하는 5개의 부담금은 위헌 결정을 받아 실효되었거나, 부담금을 협회 회비로 전환하는 것으로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드리려면,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긍정적인 부담금도 물론 있지만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부담금이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며 “기획재정부는 현행 91개의 부담금을 전면 개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부담금 규모는 24조6000억원이다. 부담금을 없애거나 통폐합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올해 안에 91개 부담금 전체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거쳐 관련 법안을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부담금 전면 재검토는 공수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2조원 규모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특별기여금, 9000억원 규모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금 등 주요 부담금은 국민에게 걷는 돈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걷는 돈일 뿐만 아니라, 그에 상당하는 세수를 메꾸기 쉽지 않아 정부가 실제로 손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한 유관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실제로 법안 통과로 이어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민주당 “표 얻겠단 심산으로 즉흥적 발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처별로 자기 돈주머니가 달려 있는 문제라 생각보다 쉬운 이슈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12조원이 넘는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회의에서 올 상반기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12조4000억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SOC 예산의 65%에 육박하는 것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만 해도 30년이 넘은 아파트 단지는 27.5%에 달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정책을 뒷감당에 대한 고민 없이 총선용으로 던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일에는 금융투자소비세 시행 유예가 아닌 폐지 추진 방침을 밝혔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총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심산으로 제대로 숙고하지도 않은 즉흥적 정책 발표를 이어가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설희·이유진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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