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윤석열-한동훈 조합은 실패한다
작년 12월29일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출범시켰으니 이제 2주가 좀 넘어간다.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가 있겠으나 정부·여당의 조직차원에서 보면 1인자-2인자 조합이 구성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여당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한동훈이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었으니 1인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실질적 2인자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조합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여당 대표가 바지사장일 때와는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1인자-2인자 조합에 대한 연구들이 보여주는 1인자-2인자 조합의 장단점을 따져보았을 때 윤석열-한동훈 조합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한동훈 조합은 장점이 없고 단점만 있기 때문이다.
1인자-2인자 연구의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조합인데 기업과 국가의 조직과 운영은 다르지만 음미해볼 지점이 상당하다.
1인자-2인자 조합의 기본 특성은 1인자가 2인자와 역할을 분담한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을 나누는 것인데 이는 1인자의 입장에서 내키는 일은 아니다.
그럼 왜 1인자가 2인자를 용인하는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조직의 업무가 급증해서 1인자가 감당이 안 되는 경우이다. 1인자가 전략개발, 외치 등을 맡고 2인자가 실행, 내치 등을 맡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1인자의 능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이럴 경우 1인자가 자신과 여러모로 다른 특성을 가진 2인자를 선택해서 1인자 자신이 잘 못하는 일을 맡긴다. 일종의 보완재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다. 마지막도 역시 1인자가 능력이 부족한 경우인데 1인자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1인자-2인자 조합이 형성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나중에 2인자에 의해 1인자가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위 세 가지가 결국 1인자-2인자 조합을 성공으로 이끄는 장점이다. 1인자, 2인자 각자가 자신이 맡은 분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고,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각자 다른 시야를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면 동질적 집단의 의사결정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외부의 압력에 의해 1인자-2인자 조합이 형성되면 1인자, 2인자 사이에 경쟁관계가 형성되어 둘 다에게 더 많은 노력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럼 1인자-2인자 조합의 단점은 무엇인가? 우선 역할을 분담하고 권력을 나눈다는 것은 반드시 책임성의 문제를 일으킨다. 성공하면 누구의 덕이고 실패하면 누구의 탓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말이다. 1인자, 2인자 둘 다 사후 책임을 걱정한다면 결정적으로 책임질 일을 할 이유가 없고 진정으로 열심히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또, 2인자를 내세운다는 것은 1인자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기 때문에 조직의 1인자에 대한 신뢰는 흔들린다. 마지막으로 1인자만 있던 조직에 2인자가 생긴다는 것은 조직의 위계질서에 사다리 한 층을 더하는 것이라 조직 내 갈등을 가져온다.
윤석열-한동훈 조합으로 돌아오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2인자로 선택한 것은 국정 업무가 급증해서가 아니라 본인 능력의 한계가 드러나서이다. 그것도 본인의 완전한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여론에 떠밀린 자의 반 타의 반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이 조합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 두 사람은 역할 분담이 안 된다. 윤 대통령이 본인 역할인 국정운영에 관심이 없고 오직 선거에만 관심을 두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용 선심정책을 난사하는 한, 한 위원장은 아바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나이만 살짝 어린 쌍둥이라는 것이다. 보자. 한 위원장의 민주당 범죄자·운동권과의 싸움이라는 총선 전략은 지난 대선 윤 대통령의 전략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전략이 똑같다는 것은 두 명이 어필하는 부분이 똑같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둘 사이의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가 없어 둘 다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이 계속 무능력을 보여주고 한 위원장이 능력을 보여준다면 2인자가 1인자를 끌어내릴 수 있어야 둘 다 열심히 하는데 이게 애초에 불가능하다.
윤석열-한동훈 조합은 단점만 있다. 한 위원장을 2인자로 올리면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부족을 공개 시인한 셈이 되었다. 조직 내 갈등은 계속 증폭될 것이다. 이제 선거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냐, 한 위원장이 유리절벽으로 떨어지느냐만 남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