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원의 말의 힘] 말에 휩쓸려 다니지 않으려면
마음의 주인은 생각일까? 말일까? “말이 강력한 주인이다. 말은 아주 작고 보이지 않는 몸으로 가장 신적인 일을 수행한다. 두려움을 멈추고 즐거움을 만들며 연민을 불러일으킨다.”(<헬레네 찬사> 8장) 트로이 전쟁의 원흉인 헬레네를 변호하는 고르기아스의 연설에 나오는 말이다. 텅 빈 마음에 ‘희로애락’의 감정을 일으키고 가라앉히는 힘이 말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실, 생각이 주인인 것처럼 배웠지만 생각이 흔들리는 갈대라는 점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말을 더 들어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얼마나 많은 것에 대해 거짓말로 설득했고 설득하고 있는가?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파악하며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면, 말은 힘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난 일을 기억하고, 지금 벌어지는 일을 살피며, 앞으로 닥칠 일을 내다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의 모든 일에 생각을 마음의 조언자로 삼는다. 하지만 생각은 쉽게 흔들리고 굳건하지 못하다.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람을 쉽게 흔들리고 확실치 않은 행운에게 넘겨버리는 것이 생각이다.”(11장)
결국, 인간의 인식 조건의 한계가 말에 힘을 제공한 원인인 셈이다. 마음의 조언자인 생각에게 과거, 현재, 미래가 언제나 미지의 것으로 주어지는 한, 생각은 행운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귀를 통해 흘러들어온 “작고 보이지 않는 몸”의 말에게 생각이 마음의 주인 자리를 내주게 된 사정이다.
말은 심지어 “영혼을 설득하고 말해진 것과 행해진 것에 동의하고 따르도록 강제”(12장)까지 한다고 한다. 이것이 수많은 사람을 수많은 거짓말로 설득하고 행동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소위, “가짜뉴스”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이에 맞서는 힘은 없을까? 있다. 참말이다. 나쁜 말을 좋은 말로 바꾸는 것이 참말이다. 하지만 참말만으로는 힘들다. 나쁜 생각을 좋은 생각으로 바꾸는 최종 권한은 생각에 있기에. 힘없는 소리겠지만, 고르기아스의 말대로, 마음에 “생각의 눈(tois tes doxas ommasin)”을 열어주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다. 마음이 말에 휩쓸려다니지 않는 방법으로 말이다.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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