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가 독립군 비하했다? 동의 못하는 이유 [Oh!쎈 이슈]
[OSEN=하수정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정말 독립군을 비하했을까? 지난달 파트1 공개 직후 일부 시청자들이 제기한 비판이었다. 남자 주인공을 좀 더 부각하기 위해 독립군 캐릭터를 희생시켰다며, 쉽게 말해 동지를 배신하고 의리없는 모습으로 그렸다고 지적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수 의견으로, 감독과 작가를 비롯해 주연 배우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적극 해명했다.
자고로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한국 작품이라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독립군의 모습이 있다. 한번 품은 뜻은 절대 굽히지 않고, 항상 정의로운 태도로, 일본군 앞에서도 변절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말이다.
그러나 '경성크리처'에는 좀 더 폭넓은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무조건 '착한 조선인, 나쁜 일본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여곡절 많았던 시대이기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변화를 겪는다. 모진 고문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독립군, 시작은 독립군이 아니었지만 뒤늦게 깨닫고 진심으로 행동하는 조선인, 방관자이지만 조선인을 향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본인, 조선인을 몰래 도와주는 일본군 등 여러 캐릭터가 존재한다.
물론 독립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독립군과 극악무도한 일본인 등 전형적인 캐릭터도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면서 드라마가 훨씬 풍성해졌다.
앞서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에서도 배신하거나 변절하는 등 여러 독립군을 다뤘고, 특히 '경성크리처'는 주인공 장태상(박서준 분)의 친모가 독립 운동을 하던 중 사망했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겉모습은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 대주로서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독립'에 대한 갈망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 독립군을 이용했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장태상이 어머니처럼 믿고 따르는 나얼댁(김해숙 분)은 사실 태상의 친모를 밀고하고 풀려난 사람이며, 태상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반전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태상은 이를 배신이라 생각하지 않고,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해했다.
독립군 권준택(위하준 분)이 옹성병원에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동료의 이름을 종이에 적는 장면 역시 '독립군 비하'가 아닌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강은경 작가는 "독립군이 생각해보면 그 당시 전부 20대였다. 제가 바라봤을 때 고민 씬을 쓸 때도 그렇고, '밀정'이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작가가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 그 인물로 들어가면, '내가 손톱 발톱을 뽑히면 어떻게 버틸 수 있지?' 생각하게 된다"며 "그때 운동하셨던 분들이 너무 대단한데, 조금은 더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이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참혹한지, 얼마나 비통한 일인지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인 대 조선인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너무 멋있게 영웅적으로만 그리는 것도 때론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 그래야 되나?' 그건 아니지 않나. 그 분들은 그 두려움을 이겨낸 과정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서글프게도 동료의 이름을 적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을까에 좀 더 집중했다. 거기 나오는 인물들이 뭔가 완성형의 사람이 아니라 경계에 선 사람들이다. 그런 코드를 모두에게 심었다"고 말했다.
정동윤 감독은 "아무래도 위하준 캐릭터를 두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극 중 태상이가 얘기하는 부분에서 '너희(일본)가 만들지 않았으면 그런 일도 없을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게 그 당시 모든 분들에게 적용됐을 것"이라며 "초반에는 독립군이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으로서 이걸 이겨내고 이겨낼 수 없을지를 그리고 싶었다. 포인트는 준택이가 고문을 겪고 나서 태상이를 만나 폭탄을 주고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에 방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태상을 연기한 박서준은 독립군과 관련된 이슈를 어떻게 생각할까? 주연 배우로서 '비하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면서 진심 담긴 한마디를 덧붙였다.
박서준은 "장태상이 말은 독립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어머니도 독립군이고, 예전부터 마음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내가 지켜야할 게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태상에겐 본정 거리 사람들이 더 중요했던 것"이라며 "태상이 항상 말은 '내 돈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고, 또 모두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들도 태상을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애써 거부하려고 하다가 나중에 행동한다"며 태상이 점점 변하는 이유를 언급했다.
또한 "작품을 촬영하면서 독립군을 낮게 표현한다곤 생각 안 했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고 다시 되돌아봤다"며 "개인적으로 좋았던 대사가 나얼댁이 '그런 거 있으면 바로 바로 얘기해 버려라'라고 한 부분이다. 그런 극한의 상황이 생기면 무슨 선택을 하든, 누구도 욕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관점을 보는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면면을 보여주는 대사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용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박서준은 "독립군을 비하하거나 그렇게 묘사했다곤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땅에) 살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겠나"라며 독립군 비하는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경성크리처'는 일본의 인체실험 부대 731부대의 마루타 실험을 모티브로 해 경성에 괴물이 탄생했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지난 5일 시즌1의 전편이 공개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시즌2는 2024년 서울, 장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박서준 분)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윤채옥(한소희 분)이 다시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 배경을 경성에서 현대로 옮겨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이고,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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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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