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상영유예 '홀드백' 법제화 논란] "OTT에 '상납'하면 韓영화 희망 없다"
넷플릭스 등 OTT가 독점하면
극장 사멸·영화발전기금 고갈
제2봉준호 키울 재원 사라져
프랑스, 15개월 지나 OTT 공개
넷플에 佛영화 투자 조건 걸어
◆ OTT 상영유예 '홀드백' 법제화 논란 ◆
한국영화사 최고 흥행작은 1761만명이 관람한 '명량'이다. 2014년 7월 30일 개봉한 '명량'은 10일째(8월 8일) 관객 수 867만명을 기록했다. '몰빵'에 가까울 만큼 상영관을 밀어줬다는 논란도 부정하기 어렵지만 개봉 초기 팬들이 극장을 찾던 뜨거운 10년 전 모습은 재연 불가능한 풍경이 됐다.
왜 그런가. 기대작이더라도, 아니 기대작일수록 '최장 3개월'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풀릴 거란 확정적인 예감 때문이다. 대박을 쳐도, 쫄딱 망해도 '어차피 OTT 공개'란 예감은 대박 영화를 '중박'으로, 망작을 '역대급 망작'으로 전락시킨다. 그사이 극장 수익을 기준으로 영화발전기금을 걷고, 이를 지원받던 신진 영화인 씨가 말라간다.
'홀드백(holdback) 법제화'가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는 가운데 영화정책 전문가로 통하는 노철환 인하대 교수는 "홀드백까지 안 되면 한국영화는 정말 희망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만난 그는 "대자본을 소유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영화권리를 장악하면 극장, IPTV, 국내 OTT 등이 차례로 무너질 수 있다"며 "극장이 죽고, IPTV도 침체되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이유가 없게 된다. 글로벌 OTT에 영화를 '상납'하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한국영화 미래에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해외 영화 정책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다. ESRA에서 영화제작·배급을, 파리8대학 대학원에서 영화미학을 공부했고(석사 3개·박사 1개), 약 9년간 프랑스에 체류하던 시절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파리 통신원으로 7년간 활동하면서 유럽 영화 정책을 세밀하게 취재·연구해 국내에 알렸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노 교수는 작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홀드백 토론회에서는 기조발제도 맡았다.
"홀드백을 법제화한 최초의 유럽연합(EU) 국가는 프랑스로 기간이 15개월, 이탈리아와 불가리아는 3개월이에요. 프랑스는 당초 36개월이던 홀드백 기간을 15개월로 당기는 대신, OTT 업체로부터 많은 걸 얻어냈어요. 홀드백 기간을 단축해주는 조건으로 프랑스 영화에 투자하게 한 건데,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죠."
프랑스 정부는 문화부 장관령으로 OTT 홀드백 기간을 15개월로 줄여줬다. 그 대가로 넷플릭스는 3년간 연매출의 4%(최소액 4000만유로)를 10편 이상 영화에 투자해야 한다. 2억유로(약 2896억원)의 효과다. 총투자액의 17%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영화(400만유로 이하)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90일이던 홀드백을 120일로 늘리는 안을 최근 추진 중이다.
홀드백이란 '영화의 공개 시점을 극장 개봉일로부터 OTT, IPTV 등 공개창구별로 정한 것'을 뜻한다. 극장 수익 축소가 결국 영화산업을 절멸시킨다는 위기감이 홀드백 법제화의 근거다.
"극장이 축소되고 2차 시장 수익이 감소하고, 그러면 한국영화 전체 수익률이 줄어듭니다. 이는 영화 투자 감소를 부르고 개봉작도 급감합니다. 극장과 배급사가 티켓값의 1.5%씩을 부담(현행 총 3%)하는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될 것이고, 이 기금이 없으면 한국영화의 다양성도 죽습니다. 새 영화가 없으면 망가(만화)가 원작인 애니메이션만 유행하는 일본 영화계처럼 새로움이 사라질 겁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위 영화 투자 배급사로 성장했습니다. 홀드백은 글로벌 OTT에 대응하는 필연적인 방법론이에요."
게다가 1차 시장인 극장과 달리 TVOD(영화 건별 결제)가 매출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IPTV 업체는 SVOD(OTT 구독 시 모든 시청 무료)와의 이원화를 주장하는 등 양측 입장이 첨예하다. 게다가 관객, 즉 영화 소비자는 비용을 적게 치르고 영화를 즐기고 싶어한다. 홀드백 기간도 3개월이냐, 6개월이냐 등 입장이 전부 달라서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꼬여버렸다.
"OTT로 풀리면 영화발전기금이 '0원'입니다. 우리가 봉준호 영화를 만난 것도, 봉준호 감독도 영화발전기금으로 지원·운영되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다닐 수 있었기 때문 아닌가요? 시장이 노쇠화되지 않아야 한국영화가 계속 흐릅니다. 영화발전기금을 더 걷어 수혜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제 궁극적인 생각이에요."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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