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함부로 돈받고 팔면… 법원 “배상금 내야”
증권 애널리스트가 쓴 분석 보고서를 허락 없이 게재‧판매한 사이트 운영사가 증권사에 수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이영광)는 현대차증권이 한빛아이에이홀딩스(한빛)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소송에서 “원고에게 3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한빛이 자사 사이트에 현대차증권의 보고서를 더 이상 게재‧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사건은 한빛이 ‘에쿼티’라는 증권 분석 사이트를 개설한 뒤 한 달에 14만3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현대차증권의 산업, 종목 관련 리서치 보고서를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차증권은 2021년 7월 ‘2008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나온 보고서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금지해달라’며 한빛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확정됐다.
그러나 한빛은 법원이 금지하지 않은 2021년 8월 이후의 리포트를 다시 사이트에 올리며 무단 배포를 시작했다. 이에 현대차증권은 “리포트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금지하고, 손해배상금을 물어달라”며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한빛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내 작년에 승소가 확정됐지만, 배상금이 아닌 무단 게재 금지만 청구한 것이었다. 리포트 무단 게재에 대한 증권사의 손해배상 소송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1심 법원은 현대차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리서치 보고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독창적인 실적 분석 등을 통해 금융투자상품의 가치를 예측·주장을 한 것”이라며 “표현 형식에 창작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빛은 현대차증권의 보고서를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시하고, 일부 보고서는 유료 회원들에게만 열람‧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며 “공정한 관행에 따라 보고서를 인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와 금융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향후 증권사의 리포트를 무단 게재‧배포하는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이 확정되면 증권사 리포트의 무단 활용을 억제하는 예방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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