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이제는 ‘리즈Leeds’ 말고 ‘리즈Rizz’다

2024. 1. 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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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신조어 들여다보기
‘Rizz’ 옥스퍼드 사전서 ‘2023년의 단어’로 선정
‘리즈 시절’과는 다른 ‘매혹적인 오라’로 해석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는 지난해 ‘2023년 올해의 단어’로 바로 이 ‘리즈(Rizz)’를 선정했다. ‘이성을 매혹시키는 오라’ 정도로 해석되는 ‘Rizz’와 리즈시절을 뜻하는 ‘Leeds’ 두 단어 속에는 세대를 이해하게 하는 각기 다른 특징들이 내재되어 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회상형의 ‘리즈’ 시절 & MZ의 ‘리즈’
톰 크루즈의 리즈 시절을 떠올릴 때면 <아웃사이더>와 더불어 <탑건>, <폭풍의 질주> 등이 거론된다. ‘리즈’라는 단어는 셀러브리티의 청춘을 회상할 때는 물론, 개개인 누군가의 과거를 이미지화할 때 종종 사용되어온,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단어 중 하나다. 리즈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래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나 혹은 타자의 ‘꽃다웠던 시절’에 대한 향수 가득한 단어다.
그래서 리즈 시절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는 신세대일 리가 없다. 그들에게 현재는 리즈 시절을 갱신해 나가는 일종의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Z세대에게 리즈는 단지 현재에 나이가 든 누군가의 옛 사진을 보고, 그의 리즈 시절이라 지칭하는, 일종의 3인칭 시점에서의 사용일 뿐이다.
옥스퍼드 대학이 2023년의 단어로 선정한 “리즈(Rizz)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자신감, 매력, 카리스마 등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have rizz)’ 등의 표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과거의 리즈가 외모와 연관된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었던 반면, 현재의 리즈는 조금 더 내적인, 일종의 오라(Aura)에 더 가깝다.”
[이미지=Oxford University Press 갈무리]
캐스퍼 그래스윌 옥스퍼드 사전 대표는 ‘Rizz’를 두고 “팬데믹 등의 어려운 시기를 보낸 사람들이 자신을 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2023년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표현했다. 옥스퍼드는 영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 국가의 뉴스 자료 등에서 수집한 220억 개 이상의 단어나 문구 중 그 활용도를 판단해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수많은 단어들 중 올해 굉장히 자연스럽게, 폭발적으로 사용된 단어가 바로 리즈라는 것일 게다.
옥스퍼드 사전의 그래스윌 대표는 “보통 소셜 미디어의 비주류에서 사용되던 언어가 주류로 옮겨오는 이유는 해당 단어의 매력(Rizz)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리즈는 “단어가 혀에서 뱉어질 때 함께 생기는 약간의 재미가 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WSJ」 “10대 신조어가 부모를 또 힘들게 해”
[이미지=Oxford University Press 갈무리]
지난해 8월, 「월 스트리트 저널」은 ‘10대 신조어가 부모를 또 힘들게 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눈 뜨고 나면 신조어가 툭 튀어나오고,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며 묻는 나와 같은 구세대들이 즐비한 현상을 쉽게 목도한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틈새를 확장시키는 용어가 또 나왔다. 그게 바로 ‘리즈(Rizz)’다. 영어로는 완전히 다른 철자여서 혼동이 덜하지만, 한글 표기로는 전자의 리즈와 동일하게 표기된다. 그러니 우리에게 더 헷갈리는 용어로 다가온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당신은 리즈를 가지고(보유하고) 있나요?(Do You Have ‘Rizz’?)’라며 큰 목소리로 질문한다.
미국의 10~20대 세대 사이에서 굉장히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인 리즈(Rizz)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이다. 사전적 정의를 들춰보면, “리즈는 자신감, 매력, 카리스마 등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have rizz)’ 등의 표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과거의 리즈가 외모와 연관된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었던 반면, 현재의 리즈는 조금 더 내적인, 일종의 ‘오라(Aura)’에 더 가깝다.
[이미지=BuzzFeed 홈페이지 갈무리]
이 리즈는 2021년 미국의 인플루언서 카이 세나트가 인터넷 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리즈가 Z세대의 관심을 받고, 폭발적 사용이 된 시점은 2023년 6월경이다. 바로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출신 배우 톰 홀랜드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리즈’가 전혀 없다(No Rizz). 나의 리즈는 제한되어 있다”고 말한 뒤부터다.
한 기사는 “이후 이 인터뷰 영상은 밈이 되어 급속도로 번졌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OUP)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리즈’ 단어 사용량은 그 후 15배가량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출처: MBN 뉴스). 비주류적 용어가 시대적 트렌드인 ‘밈’화가 되고, 그것이 현상을 넘어 일반화되는 절차를 굉장히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사 발음의 두 단어, 세대 구분의 기준
리즈(Leeds)와 리즈(Rizz)는 일종의 세대론을 논하는 데 있어 아주 흥미로운 지점을 발생시킨다. 앞서도 말했지만, 전자의 리즈는 회상형이다. 그러니까 이미 세월을 보내고 경험한 이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행위가 된다. 하지만 후자의 리즈는 신조어이며, 새로운 세대가 사용하는 단어다. 그들은 오늘이 내일의 추억이 되는 현재를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바로 지금이 정점에 오른 리즈 시절이 되고, 또 상대와의 성공적 관계 형성의 무기가 되는 리즈의 유무가 중요해진다.
[이미지=픽사베이]
유사 발음 형태의 단어가 영미권 세대 사이의 간극을 벌리기에 충분한 힘을 가졌다고 보인다. 부모와 자녀 세대의 소통 단절이 이 단어 하나로 대두되는 것 역시 흥미롭다. 유사하게 발음되는 단어를 두고 부모는 과거를 돌아볼 것이고, 자녀는 이성과의 관계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단어인 ‘리즈’를 통해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사전적으로 리즈는 ‘자신감, 매력, 카리스마 등을 아우른다’고 했다. 외모를 지칭하는 리즈(Leeds) 시절의 리즈는 선천적으로 타고나야만 한다. 하지만 올해의 단어 리즈(Rizz)는 그렇지 않다. 노력 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흔히 Z세대로 분류되는 새로운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둘러보면 리즈와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일단 취향을 중시한다. 그렇다고 타인의 취향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취향의 교집합이 발견되지 않으면 관계 형성에서의 장벽이 생긴다. 동시에 그들은 시간을 중시한다. ‘분초 사회’라는 트렌드 용어가 대두될 만큼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하다. 취향과 시간은 스스로의 리즈를 구축하고 형성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모두에게 매력적일 수는 없다. 매력이란 것 역시 취향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자신만의 리즈를 개발하고 향상시키다
리즈는 특정 셀러브리티의 사용, 이후 밈으로서의 유행 등으로 올해의 단어가 되었지만, 이 속에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응집되어 있다. 스스로 리즈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면, 자신만의 리즈를 개발하고 향상시키면 된다. ‘자신만의’라는 문구에는 시간을 들여 취향을 만들어간다는 트렌드가 함께 용해되어 있다.
얼마 전 주말, 우리 집의 알파 세대인 다섯 살배기 아들과 모바일 사진첩을 뒤적이며 대화를 나눴다. 불과 2~3년 전의 그의 모습에 나는 탄성을 지르며 감동하고 있었다. “이 때 너는 정말 예뻤어” “말하는 것 좀 봐. 너무 앙증맞고 착하지 않니?” 등의 말을 부모 입장에서 내뱉었다. X세대인 나는 사진첩 속에서 겨우 다섯 살짜리 아이의 리즈 시절을 추억한 셈이다. 아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울먹였다. 그리고 “아빠는 지금 내가 아니라 사진 속 아이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미지=픽사베이]
리즈라는 단어로 원고를 준비하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듯했다. 분명 그는 이렇게 강조하고 싶었을 거다. 세 살 때보다 다섯 살의 자신에게 리즈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머리숱도 별로 없고, 옹알이하듯 이야기하는 그때의 자신보다 지금의 자신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거다 싶었다. 5년의 인생 속에서도 나는 리즈 시절을 찾아 헤매는 반면, 자신의 인생을 사는 다섯 살 아이는 지금의 자신이 더 소중하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는 현재의 자신이 그때의 자기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걸 부모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 말이다. 오늘 저녁 귀가하면 한 번 물어봐야겠다. “지금 너의 매력은 뭐니?”라고.
[일러스트=픽사베이]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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