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눈사람
눈사람
박수빈
눈사람이 설탕이면 좋겠다
살살 꾀어서
집에 데려다 놓고
아빠도 한 스푼
엄마도 한 스푼
동생도 한 스푼
나도 한 스푼.
맛있는 눈사람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와야 제 격이다. 어릴 적 기억으로 말하면 사흘도리로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밤새 내린 눈이 발목도 부족해서 무릎까지 내린 날도 있었다. 그런 날 아침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눈 치우느라 한바탕 난리를 피우곤 하였다. 그때의 필자 생각을 고맙게도 박수빈 시인이 요렇게 지었다. 눈사람이 설탕이면 좋겠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설탕사람을 살살 꾀어서 집에 데려오겠다는 것. 그래서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나도 한 스푼씩 맛있게 먹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장난기 넘치는 작품인가. 동시는 이래야 맛이 난다. 그게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종종 어린이들의 작품을 심사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너무 교과서적인 글, 어른스런 글들이 많다. 어린이의 글은 어린이다워야 한다. 세련되어 보이는 작품보다 조금은 모자라 보일일지언정 풋풋한 글에 마음이 끌리게 돼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꾸미는 글은 오히려 글맛을 잃게 한다. 여기에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피해야 할 일. 단순 명료한 글에 감동도 수반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박시인의 ‘눈사람’을 좋게 보는 이유도 이런 점에 있는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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