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정체성 세계를 사로잡다…성공스토리 쓴 한국계 주역들 ['성난 사람들' 美 에미상 8관왕]
‘워킹데드’ 출연… 얼굴 알리기 시작
‘미나리’로 한국계 최초 오스카 후보
골든글로브·크리틱스초이스 석권
연출·제작·각본 맡은 이성진 감독
어린 시절 美 이주… 정체성 관심
‘자동차 경적 갈등’ 경험서 모티브
한인 교회 배경 등 이주민 삶 녹여
한국계 감독과 주연배우가 활약하고 재미 한국계의 삶이 녹아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비롯해 8개 상을 휩쓸었다.
한국계가 만들고 한국계가 다수 출연한 ‘성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의 상인 에미상 등 각종 방송상을 잇달아 수상한 건, 한국계 대중예술인들이 미국 주류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드라마 밖 성공 스토리이기도 하다.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뿐 아니라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남우주연상까지 싹쓸이한 스티븐 연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한국계 배우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심리학을 전공했으나 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대표 좀비물 ‘워킹데드’에서 영리하면서도 이타적인 글렌 리를 연기하면서부터다. 이후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출연하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두 작품은 모두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2020년에는 한국계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명성도 얻었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자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통해 스티븐 연은 한국계는 물론 동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올해 상반기 개봉할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에도 출연한다.
스티븐 연은 자신의 정체성을 연기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워킹데드’는 물론이고 ‘옥자’, ‘버닝’, ‘미나리’, 그리고 ‘성난 사람들’에서까지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출연했다. 특히 세탁소 사장 등 단순히 기술자나 장사꾼으로 묘사됐던 아시아계 인물의 이미지를 넘어 타국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민자의 모습을 보여줘 많은 호평을 얻었다.
‘성난 사람들’의 연출과 제작, 각본을 맡은 이성진 감독도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2008년 미국 장수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의 각본을 쓰면서 방송작가로 데뷔한 이 감독은 TV 시리즈 ‘아웃소스드’(2010), ‘실리콘 밸리’(2015), ‘투카 앤 버티’(2019), ‘데이브’(2021) 등의 연출과 각본을 담당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이 감독은 “대니라는 인물이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먼저 생각하고 그대로 반영했는데, 그 안에 제 삶의 많은 부분이 반영됐다”며 “나도 한인교회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때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았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 외에도 ‘성난 사람들’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다수 등장한다. 대니의 동생 폴로 출연한 영 마지노, 여주인공 에이미의 남편인 일본계 남성 역할을 맡은 조셉 리 역시 한국계다. 대니의 사촌 아이작을 연기한 데이비드 최, 동양계 여성 나오미를 연기한 애쉴리 박, 한인교회 교인으로 출연한 저스틴 민, 앤디 주, 앨리사 김 등도 한국계 배우다.
이복진 기자, 엄형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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