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 불 나면 어쩌려고…안전불감증 서귀포시

강탁균 2024. 1. 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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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소방시설에 결함이 있는데도 반 년 가까이 방치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하 전기실에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특수 소화시설에 문제가 생긴건데, 서귀포시는 이를 알고도 소방시설 정비 예산은 한 푼도 편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탁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서귀포시에서 대규모 케이팝 공연이 열렸습니다.

관람객 만2천여 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행사 석 달 전, 경기장 소방시설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하 전기실에서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진화하는 장비가 고장 난 겁니다.

소방 전문가와 현장을 직접 점검해봤습니다.

전기화재 진압용 특수가스 160통이 오작동으로 모두 방출됐습니다.

소화약제를 담은 충전용기는 반년 가까이 텅 빈 상태.

전기실에 불이 나면 초기 진화가 어려워 경기장에 전기가 끊길 가능성이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실 바로 옆 발전기실입니다.

발전기실은 정전에 대비해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곳인데, 전기실 화재가 발전기실로 확대되면 스프링클러나 대피 유도등과 같은 소방시설까지 작동할 수 없게 됩니다.

대형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이 있는 월드컵경기장 구조상 매우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임인수/한국소방기술사회/소방기술사 : "비상발전기도 전기실의 영향을 받아서 발전기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러면 소화시스템인 소방 펌프와 영화관에 있는 제연 설비가 작동 안 됨으로 인해서 인명 안전에 치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귀포시는 전기실 소방시설을 정비 비용으로 7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본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담당 부서의 예산 편성 요청에도 긴축재정 기조 속에 서귀포시 자체 예산 조정 과정에서 삭감된 겁니다.

[김철식/서귀포시 체육진흥과장 : "안전에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추경에 예산을 반영을 해서 보수하고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월드컵경기장 지하 전기실은 여전히 화재 위험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귀포시 담당 부서는 월드컵경기장에서 케이팝콘서트를 또 열겠다며 20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습니다.

경기장 소방시설을 복구하는 예산의 3배 가까운 돈입니다.

콘서트 예산 20억 원은 제주도와 의회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예산 투입의 우선 순위에서 도민의 안전은 뒤로 밀린 셈이 됐습니다.

서귀포시는 월드컵경기장 전기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소화기 20대를 더 배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강탁균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한창희

강탁균 기자 (takta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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