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NLL 불인정” 윤석열 “몇배 응징” 전쟁하자는 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남북한을 동족관계로 보는 그동안의 법 조문과 제도, 상징물을 모두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헌법의 ‘북반부’ ‘자주·평화·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를 언급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이어온 통일 원칙을 공식 폐기한 것이다. 북한이 통일 포기, 민족관계 폐기, 교전 중 적대관계로서의 남북관계 방침을 가장 분명한 어조로 밝힌 것은 분단 70년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매우 유감스러운 연설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김 위원장의 전쟁불사론이다. 그는 전쟁 발발 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이란 단서를 달았고,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일촉즉발 우려는 지울 수 없다.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는 우발적 충돌에 의한 국지전이 발생해 확전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남북 연락채널이 모두 끊겼고, 상호 적대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그의 북방한계선(NLL) 언급이 매우 불길하다. 김 위원장은 NLL을 불법·무법으로 규정하며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하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NLL을 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과거 남북 해상 충돌이 대부분 NLL을 둘러싼 회색지대에서 일어났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상호 소통해 충돌을 최소화한 반면, 불신이 커졌을 땐 충돌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도발 행위”라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몇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즉각 맞섰다.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후 남북 정상의 말폭탄으로 한반도 긴장을 제어할 안전장치는 사라졌다. 남북 간 남아 있던 다리는 모두 불살랐고,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안전 난간도 허문 상태다. 전쟁을 원치 않는 시민들이 기댈 의지처라고는 유엔사가 관리하는 정전협정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쟁 중에도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 미·중이 상대를 불신하지만, 군사 채널로 소통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윤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나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명·안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정부는 긴장 관리엔 한 치 소홀함 없이 남북 대화 틀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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