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6조 `압구정 재건축 大戰`… 하이엔드 브랜드 총출동[압구정 재건축 수주전]

박순원 2024. 1. 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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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1가구 하반기 시공사 선정
둔촌주공 2배, 역대 최대 규모
강남 '부촌' 상징성에 경쟁 심화
현대건설, TF팀 꾸려 수성 '사활'
삼성·포스코·DL·대우·롯데 참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설계와 시공이 분리발주되는 현장이라 공사비를 맞추기 쉽지않아 사업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울 강남 최고 부촌이라는 상징성과 사업지 규모가 크다보니 주요 건설사들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놓칠 수 없게 된 상황이다."(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올 하반기로 예정된 '압구정 현대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연초부터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물밑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국내 최고 부촌인 만큼 건설사들은 반드시 이곳에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압구정 재건축 사업지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건설사 간 셈법은 다소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1만466가구) 중 4곳(8561가구)이 올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2~5구역은 이미 작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되면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압구정 2구역은 지난달 6일 강남구청에 최고 69층, 2700가구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4구역과 5구역도 설계자 선정을 마치고 정비계획 변경안 제출을 위해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0년대 준공된 이래 50년째 국내 최고 부촌 아파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징적인 단지다. 특히 준공 49년차인 압구정 현대 1·2차는 연식이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준공 6개월 차 신축아파트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보다 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받는다.

압구정 재건축을 반드시 수주해야 추후 여의도와 성수동 등에서 나올 정비사업 수주가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건설사들의 압구정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대건설은 아예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사내에 '압구정 TFT' 조직을 별도로 꾸려 재건축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내에서 도시정비사업 경험이 가장 풍부한 전문가들로 TFT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세우고 있다. 1970년 압구정현대 시공을 맡았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참전을 검토중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도 압구정의 상징성을 고려해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8월 '래미안 더 넥스트'를 발표했다. '래미안 더 넥스트'에는 래미안 아파트의 미래상이 담겨있다. 새로운 평면과 구조, 단지 조경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압구정 현대 재건축 수주전을 겨냥한 발표로 보고 있다.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도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와 '르엘'의 이름값을 널리 알릴 계기로 압구정 재건축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은 초고층건물 시공 실적을 바탕으로 수주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인 '푸르지오써밋'을 주무기로 참전을 노리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 중 가장 알짜로 꼽히는 곳은 압구정3구역이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은 압구정 현대 1~7차와 10·13·14차, 대림빌라트를 재건축해 5800세대 아파트를 짓는 현장이다. 압구정 재건축 전체 예정 가구 수 1만466가구 중 절반 이상이 압구정3구역에서 나온다.

이 구역은 예상되는 공사비만 6조원을 넘어선다. 이는 단군이래 최대규모 재건축으로 알려져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금액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비는 3조원대 수준으로,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4개 컨소시엄이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압구정3구역 수주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회장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공 전(全) 과정을 직접 챙긴만큼 역사 계승을 위해서라도 이 현장 수주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의 강세가 예상되면서 타 건설사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압구정3구역에서 '희림건축 사태' 전적이 있는 만큼 서울시가 대안설계나 설계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공사비 여건도 녹록치 않다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반드시 수주해야 하는 현장이지만, 공사비 규모가 너무 크고 수주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현장이라는 점도 암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현대건설의 시총은 3조8000억원 수준이고, 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의 시총은 각각 1조5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몸값이 6조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장 크기가 건설사 시총 규모를 앞지르는 셈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을 지속하기 위해선 압구정 재건축 수주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사업지 규모가 너무 크고 건설사 컨소시엄 구성없이 단일 시공이 가능한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순원·이미연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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