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이젠 배추, 마늘, 양파까지 최저가 보장하자는 野

2024. 1. 16. 18: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이 다시 살려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안건조정위에서 이 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법률'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되살아난 양곡법 개정안이 지난해 법안보다 포퓰리즘 성격이 더 강해진 것도 문제다.

새 법안에서 쌀 의무매입이 빠졌다 해도 쌀, 배추, 무, 마늘 등으로 대상을 넓힌 최저가 보장제는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야당 폐기된 양곡법 다시 강행 처리
속내 뻔히 보이는 포퓰리즘 중단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서 발언하고 있다.윤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데 대해 "숫자만 믿고 하는 의회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이 다시 살려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안건조정위에서 이 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법률'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 자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윤미향)을 비교섭단체 몫 위원으로 활용했다. 지난번 법안 통과 때와 같은 방식이다. 여당은 의회폭거, 입법폭주라며 반발했다. 당연한 비판이다. 적법한 절차로 폐기된 법안을 꼼수로 살려내려는 거대 야당의 행태야말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되살아난 양곡법 개정안이 지난해 법안보다 포퓰리즘 성격이 더 강해진 것도 문제다. 쌀 의무매입 조항을 삭제한 대신 쌀값이 기준가 이하로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되는 경우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도록 했다. 차액보전 작물은 쌀에 그치지 않는다.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으로 대상을 대폭 넓혔다. 다시 말해 농산물 전체 최저가격을 정부가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민생 1호 법안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으로 쌀 매입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생산만 유발할 뿐 농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였다. 장기적으로 농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합당했다. 그런 이유들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1호가 됐던 법안인데 한 술이 아니라 두 술을 더 떴다.

새 법안에서 쌀 의무매입이 빠졌다 해도 쌀, 배추, 무, 마늘 등으로 대상을 넓힌 최저가 보장제는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단일품목에만 가격보장제가 도입돼도 재정보전액이 2034년 최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쌀뿐 아니라 채소 등 농산물 전체로 차액보전이 확대되면 재정추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민주당은 재정적자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누가 봐도 총선용인 포퓰리즘 정책을 대놓고 쏟아낸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도적 저항으로 읽히기도 한다. 더욱이 21대 국회는 5월 말이면 끝이 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법안을 추진한다 해도 처리가 물리적으로 어렵다. 통과될 수도 없는 법안을 마구 내던지는 것은 어떻게든 표를 얻으려는 생색내기, 그 이상이 아니다.

농산물 차액보전 방식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됐던 변동직불제와도 유사하다. 변동직불제는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였다. 변동직불제가 운용되던 시절 쌀값 하락으로 농림축산식품부 한 해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재정이 투입됐다. 생산만 하면 일정 가격이 보장되다 보니 농가들은 품질을 높이기보다는 수량 늘리기에 매달렸다. 과잉생산, 가격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를 다시 살리겠다니 시대역행적이다.

정작 급한 것은 농업혁신이다. 청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농가에 희망을 주는 것은 가격보장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다. 농업경쟁력 강화는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예산으로 연명시켜 주는 것이 아닌, 농가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여야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긴 총선용 선심정책 남발에는 여당도 자유롭지 않다. 여야 모두 유권자를 더 우롱하지 말고 자중하기 바란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