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일본 `독서 황금시기` 이끈 편집자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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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출판대국이다.
이런 일본에서 35년 동안 업계에서 일했던 유명 편집자에게서 '편집자란 과연 어떤 사람인지'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은 일본의 대표 출판사인 '미스즈서방(書房)'에서 1965년부터 2000년까지 편집자로 일한 가토 게이지(加藤敬事, 1940~2021)의 유고 회고록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1945년 12월 창립한 미스즈서방은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 헤이본샤(平凡社)와 더불어 일본 출판계 3대 '메카'라 불렸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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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게이지 지음 / 임경택 옮김 / 사계절 펴냄
일본은 출판대국이다. 이런 일본에서 35년 동안 업계에서 일했던 유명 편집자에게서 '편집자란 과연 어떤 사람인지'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은 일본의 대표 출판사인 '미스즈서방(書房)'에서 1965년부터 2000년까지 편집자로 일한 가토 게이지(加藤敬事, 1940~2021)의 유고 회고록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1945년 12월 창립한 미스즈서방은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 헤이본샤(平凡社)와 더불어 일본 출판계 3대 '메카'라 불렸던 곳이었다. 20세기 후반 일본 인문·사회과학 번역 문화의 중심에는 미스즈서방이 있었고, 가토는 그 곳의 2대 편집장이었다.
가토는 패전 후 사회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기획 출간되었던 아동문고, 소년·소녀 잡지, 모험소설 등을 탐독하며 일찌감치 독서가의 길로 들어섰다. 도쿄대학에 진학한 그는 1960년 일어난 안보반대투쟁을 겪게 된다. 격렬한 학생운동의 현장 한가운데서 권력에도, 폭력에도 약한 자신을 직시하고 "그렇다면 한순간의 용감함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저항을 지속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결국 도쿄대 문학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미스즈서방에 입사해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만주의 조선인 공산주의자'가 그의 졸업 논문이었다. 그는 미스즈서방에서 한나 아렌트, 카를 슈미트, 버트런드 러셀의 책들을 편집하며 일본의 인문학 발전에 토대를 마련했다.
책은 코피가 날 때까지 책을 읽던 소년이 당대 최고의 인문서 편집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책에는 일본 인문 출판의 찬란한 시절이 오롯이 담겨있다. 일본 사회의 지적 성장을 다룬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책의 목록과 저자, 번역가들의 이름만으로도 한 시대의 지성사를 쓸 수 있을 정도다. 제목 그대로 '편집자의 시대'를 증명하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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