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골프장 입장료 부가금 폐지... 부담금 구조조정 나선다

윤 대통령 "부담금 원점 재검토" 지시
올해 기준 부담금 징수액 약 24.6조
재정 부담 커질 우려도

1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을 찾은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에 붙었던 부가금이 공식 폐지된다. 이와 함께 의무적으로 부과했던 약 24조 원 규모 91개 부담금도 원점 재검토한다. 불필요하게 걷는 부담금을 구조조정해 국민‧기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2019년)으로 효력을 상실한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 부가금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부과 대상과 목적이 동일한 전기·전자제품 재활용부과금과 전기·전자제품 회수부과금은 통합한다. 두 부담금 모두 재활용·회수의무를 미이행한 전기·전자제품의 제조·수입·판매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에 정비한 5개 부담금 외에 나머지 부담금도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로운 경제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 나가야 한다”며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담금은 공익사업과 연계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으로, 사실상 세금을 의미하는 ‘준조세’로 불린다. 일례로 국민건강증진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담배 한 갑에 841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된다. 영화 티켓 가격의 3%는 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영화입장권 부담금으로 걷어간다.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징수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 부과금 징수액은 2022년 기준 1조6,606억 원에 달했다. 시행 이래 현재까지 42조5,000억 원이 부과됐다.

그간 경제계는 과도한 부담금 징수가 경제활동 의욕을 꺾는다며 부담금 제도 개편을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8월 ‘법정 부담금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부담금은 국민‧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워 민간 경제활동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담금 구조조정을 내건 윤 대통령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올해 기준 부담금 징수 총액은 24조6,175억 원이다. 부담금관리기본법을 마련한 2002년 7조4,000억 원이던 징수액은 20여 년 만에 3배 이상 불었다.

그러나 부담금 개편은 양날의 칼이다. 부담금이 줄어들 경우 재정수입이 감소하면서 적자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정부가 각종 감세 방안을 연달아 내고 있어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 수입액이 정부 예상치(367조4,000억 원)보다 약 6조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담금 폐지로 공익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