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 손절 당하면 '떡락당' 된다…與野 '공약 선물세트'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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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에서 정치권이 공통적으로 내건 구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현상) 해소'다.
소액주주가 소외받는 기업 지배구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주가가 만년 저평가되고 있다는 논리다.
선거를 앞두고 소액주주를 위한 공약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외에 소액주주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기업 자사주 소각 의무화 △쪼개기 상장 금지 △주식 의무 공개 매수 제도 재도입 등도 지속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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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금투세 폐지 이어
이사 충실의무·쪼개기 상장 금지
경쟁하듯 '개미' 맞춤공약 내놔
개미 1400만명…경기 인구 넘어
팬덤화하는 소액주주 잡으려
정치권, 더 노골적으로 구애
포퓰리즘 남발, 정책 지속성 해쳐
4월 총선에서 정치권이 공통적으로 내건 구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현상) 해소’다. 소액주주가 소외받는 기업 지배구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주가가 만년 저평가되고 있다는 논리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과 제3지대 정당까지 나서 소액주주 관련 정책과 공약을 내놓는 것도 표면적으로는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핀플루언서’(금융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팬덤화가 이뤄지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포퓰리즘성 정책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 앞두고 개미 잡기 총력전
선거를 앞두고 소액주주를 위한 공약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은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꾸준히 제기했지만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주제들이 줄줄이 공약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상법을 주주친화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도 이 같은 규정이 방패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한국거래소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이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개혁신당도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 중 첫 과제로 이를 앞세웠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각각 2023년, 2022년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외에 소액주주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기업 자사주 소각 의무화 △쪼개기 상장 금지 △주식 의무 공개 매수 제도 재도입 등도 지속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소액주주 관련 정책을 정부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대응 방안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미 ‘팬덤’ 악용 막아야
소액주주를 향한 ‘러브콜’이 이번 총선에서 더욱 노골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8년 561만 명이던 국내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수는 코로나19 시기 급격하게 불어나 2022년 1441만 명에 달했다. 계좌 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6870만 개를 기록해 국내 인구를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2020년 상반기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에 ‘동학 개미 운동’이 일어나면서 신규 개인투자자가 급증했다”며 “해외 주주친화 정책을 조사한 뒤 국내와 비교해 투자 기업에 요구하는 등 목소리도 과거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미들의 배터리 투자 열풍을 주도한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는 최근 금융개혁시민당(가칭) 창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계획을 접긴 했지만 ‘소액주주 파워’가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주는 일화로 평가된다.
갈수록 팬덤화하는 개미 투자자를 잡기 위해 진지한 고민 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매도 전면 금지’ 같은 일부 소액주주의 요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는 반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방어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소액주주 가치만 강조할 경우 소송이 잇따르고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식에만 세금을 면제하고 채권, 예금은 그대로 둔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선거 후엔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선심성 경제정책으로는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이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배성수/원종환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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