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준석에 "큰 틀서 같아"...'새로운미래' 창당 첫 삽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가칭)가 1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새로운미래는 거대 양당의 과두정치를 타파하고 탈권위 민주정치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제3지대 세력들이 집결해 연대 의지를 재차 다지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총리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사이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가 이어졌다.
새로운미래는 이날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창당발기인대회와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과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 서효영 변호사를 선출했다. 이 전 총리는 인재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최운열·신경민 전 의원은 각각 미래비전위원장·국민소통위원장에 선출됐다. 대변인은 김효은 전 이낙연 대선경선캠프 대변인이 맡는다.
새로운미래 측은 창당 발기인으로 총 3만38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발기인대회에는 약 270개의 좌석이 마련됐으나,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새로운미래는 2500여명이 참석했다고 자체 추산했다.
새로운미래는 발기취지문을 통해 "양극단 진영논리의 낡은 정치 질서에 안주하는 거대 카르텔 정치를 혁파하고 정치의 도덕성과 민주성 수준을 높이겠다"며 "국익과 실용을 중심에 둔 표용적 중도개혁주의를 견지하고, 건설적 대안과 정책을 구현하고 실력 있는 신진 정치세력에 문호를 활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행복추구권 실질 보장 위한 선진 복지국가 건설 △한·미·일 대 북·중·러에 매몰되지 않는 중층적 '돌고래 외교' △양극화 경제 극복 및 역동적 성장과 정의로운 활력 경제 △K-문화강국 강화 △촘촘한 사회 안전만 구축해 맞춤형 디딤돌 복지 △저출생·고령화 위기 능동적 대응 △기후 위기·에너지 대전환 시대 대응 등을 신당 과제로 제시했다.
민주당을 의식한 듯 도덕성과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당한 정당으로 우뚝 서겠다"며 "형사법적 재판 과정에 있는 경우 고위 당직과 공직 추천을 허용하지 않고,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독점하는 공직 추천 체계를 민주적으로 개선하겠다. 당내 민주주의 수준도 크게 높이겠다"고 했다.
발기인대회에는 제3지대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김종민·조응천·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이관승 민생당 대표 등이 현장을 찾아 축사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제3지대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우리 국민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나쁘냐, 이재명 대표가 나쁘냐에 대한 판단을 마쳤다. 둘 다 나쁘다는 것"이라며 "우리를 이 위치에 오게 만들었던 사람에 대한 분노를 잠시 멈추고,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동지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하라'는 것이 아마도 우리의 구호가 될 것"이라며 "여기 계신 모두는 국민의 명령이 복무하실 것이냐"고 물었다. 참석자들은 "네"라고 답했고, 그러자 이 위원장은 "그렇다면 저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조응천 공동대표는 "기득권 세력들이 우리들을 보고 안 좋은 말들을 많이 하는 데 힘을 합쳐서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하자"고 밝혔고, 박원석 공동대표도 "지난 과거를 떠나서 우리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모였다. 우리는 함께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전 총리와 이 위원장 사이에는 미묘한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두사람 간 대담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는 연대론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위원장은 "국민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저희가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명한 보수정당을 지향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발기인대회 이후 '이준석 전 대표와 속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큰 틀에선 같이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혁신당을 포함해 제3지대에서) 아마도 앞으로 협의체 같은 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국민들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이 어떤 건지, 주안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공유돼야 한다"며 "이와 관계없는 것들로 논의가 이어지면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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