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배우·감독 ‘성난 사람들’ 美에미상 ‘싹쓸이’[종합]

강주일 기자 2024. 1. 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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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여우주연상, 캐스팅상, 편집상, 의상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한국계 감독 이성진과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8개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성난 사람들’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여우주연상, 캐스팅상, 편집상, 의상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작가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처음 LA에 왔을 때 돈이 없어서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 63센트였다”며 “그걸 메꾸러 가서 1달러를 저금한 적도 있다. 그땐 그 무엇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고, 이런 것(에미상 트로피)을 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서 보니 내가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실감 난다”며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에미상 쓸어담은 ‘성난 사람들’ 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감독 이성진(왼쪽에서 세번쨰). 연합뉴스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는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사실 제가 겪었던 감정들을 녹여낸 것”이라며 “이 쇼를 보고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털어놔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스티븐 연은 난폭 운전을 하고 달아난 사업가 에이미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남자 주인공 ‘대니 ’를 맡아 한인 2세의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과 분노 등을 잘 표현하며 호평 받았다.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에 이어 크리틱스초이스상, 에미상 남우주연상 트로피까지 끌어안은 스티븐 연은 “솔직히 대니로서 살아가기 힘든 날들도 있었다. 대니를 멋대로 판단하고 조롱하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대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며 “편견과 수치심은 아주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티븐 연. 연합뉴스 제공.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스티븐 연의 첫 에미상 수상에 초점을 맞추며 “‘워킹데드’의 주역인 스티븐 연이 첫 에미상 후보에 올라 테런 에저턴(‘블랙 버드’), 마이클 섀넌(‘조지 앤드 태미’), 대니얼 래드클리프(‘위어드’)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쳤다”고 전했다.

2019년 ‘기생충’을 시작으로 영화 ‘미나리’, 애플TV ‘파친코’ 등 K-콘텐츠가 미국과 유럽 시상식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이어 한국계 스태프와 배우가 주역으로 포진한 ‘성난 사람들’이 에미상을 휩쓸면서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이처럼 ‘성난 사람들’이 미국 주요 시상식을 휩쓰는 것은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콘텐츠와 K-팝 등이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진데다 이른바 ‘코리안 디아스포라’(한국인 이민자) 콘텐츠가 미국 주류 문화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같은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3관왕, 14일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등 4관왕을 휩쓴 바 있다. 다음 달 열리는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도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스턴트 앙상블상 등 3개 후보로 지명된 상태라 이들의 트로피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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