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어 총선 영남 경선도 당원비율 높이나
컷오프 지역은 ‘윤심’ 후보 유리
국민의힘이 총선 지역구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에서 지역별로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비율을 다르게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당원이 적은 수도권에서는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고, 당원이 많은 영남에서는 당원 비율을 높이는 식이다. 이는 당원과 접촉면이 넓은 영남 현역 의원과 현역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된 영남 지역의 경선에 참여하는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에게 유리한 규칙이란 분석이 나온다. 총선에 임박해 규칙을 바꿔 당내 분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16일 첫 공관위 회의를 앞두고 여의도 당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곳이 있고, 국민의힘이 강한 데(가 있는데), 그 지역은 (국민 중 당원) 퍼센트가 높기 때문에 당원들 뜻 안에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헌·당규 상 총선 경선은 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인데, 당원이 많은 영남 등 지역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대구·경북(TK)의 경우 당원 100%를 검토 중이란 말도 들린다.
정 위원장은 “(반면) 국민의힘을 지원하는 사람이 10%밖에 없다 하면 90%의 뜻은 모르지 않나”라며 “(그때는) 그런 분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대전 등 당원이 적은 곳에선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지역별로 당원 투표 비율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당내에선 영남 지역 물갈이를 고강도로 하되, 살아남은 현역 의원들의 불만은 잠재우는 ‘이중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말 인요한 혁신위는 당에 현역의원 중 하위 20%의 컷오프를 요구했고, 총선기획단은 이에 더해 ‘20%+알파’ 컷오프를 약속했다. 현역 의원들에게 빚이 없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과감한 컷오프로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2월 안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본회의 재투표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20표 가까이 나오면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다. 게다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공천이 어려운 영남 현역 의원들을 영입하려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원 투표 비율 상승은 컷오프되지 않고 경선에 참여하는 현역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당근책이 될 수 있다. 현역 의원들이 신인들보다 당원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역 의원이 컷오프된 지역의 경선에서는 대통령실·정부 출신의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
당내에선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날 “총선에 임박해서 경선 룰을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며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승복하지 않아, 당내 분란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당원 100%로 당대표 선거로 뽑힌 김기현 전 대표 체제가 수직적인 당정관계 때문에 조기 붕괴한 사례를 들며 “총선에서 다시 당심으로 영남 공천을 하겠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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