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치광이 전략 … 50년 지킨 '김일성 통일원칙'도 폐기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김제관 기자(reteq@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4. 1. 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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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남북공동성명 부정
대남 교류기구 3곳 폐지하고
평양 통일기념탑 철거 지시
서해 NLL서 군사충돌 가능성
尹 "北 도발시 몇배로 응징"
최선희 北외무상 푸틴 만나
"더 높은 단계로 북러 협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민족·통일' 개념을 내던졌던 북한이 연초부터 잇단 도발로 남북관계의 시계를 5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통미봉남으로 회귀하는 동시에 한국에 대한 구두 협박 수위를 하루가 멀다하고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노골적인 협박성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정세 불안의 원인을 거듭 한국과 미국에 떠넘기며 자신들의 핵·미사일 무력시위를 정당화했다. 그는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지는 대결광증 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조직했던)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불가결의 공정"이라고 했다. 이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민족경제협력국·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 기구 폐지 방침을 정당화하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헌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뤄놓은 남북관계 성과까지 부정했다.

그는 헌법에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최고인민회의 때 이 문제를 다루라고 지시했다. 이어 헌법에 영토 규정을 명시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북한)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헌법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삭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남북 정상이 분단 이후 최초로 1972년 함께 발표한 7·4 남북공동성명의 핵심 개념이다. 김 위원장은 조부인 김일성 시대에 만든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까지 지시하며 '남북관계사(史) 지우기'에 본격 착수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김 위원장 연설은 '대미(對美)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북한이 앞서 핵무력 정책을 헌법화하고 이번에 민족관계를 폐기한 것도 모두 차기 미국 행정부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게 홍 위원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광인 전략(Madman Strategy)'을 택하며 미국의 차기 대선주자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김 위원장은 "우리가 키우는 (군사적인) 힘은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 수단이 아니라 철저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꼭 키워야만 하는 정당방위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김 위원장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16일 직접 만났다. 최 외무상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이날 회담한 뒤 협의한 내용을 라프로프 장관과 함께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외무부 리셉션하우스에서 최 외무상과 회담을 시작하며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의 정책은 건설적이지 않다. 우리는 긴장을 높이는 어떤 조치도 포기할 것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최 외무상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당시 합의했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최 외무상은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초부터 회담이 이뤄졌는데, 이는 북·러 협력을 더 높은 단계로 올려세우고 두 나라 인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은 18일 서울에서 만나 연이은 북한의 도발과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협의한다. 협의에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석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3자 협의에 앞서 한미(18일), 한일(17일) 간 양자협의도 진행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며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 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와도 다르다"며 "정부는 실시간으로 안보상황을 합동 점검하면서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이 새해 들어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포병 사격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 도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공세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의도적인 '갈라치기' 전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 김제관 기자 / 박윤균 기자 / 박대의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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