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의 선택] 8년 전 트럼프 보는듯 …"美, 곧 다시 위대해질 것" 승리선언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4. 1. 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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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 코커스 현지 르포
고학력 백인 표심까지 얻어
51% 지지율로 대세론 굳혀
디샌티스, 헤일리 제치고 2위
바이든 "극우와의 대결"
4년만에 재대결 가능성 커져
영하 25도 한파에 투표 저조
2016년 코커스의 60% 그쳐

◆ 2024 미국의 선택 ◆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의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뒤 아이오와주 클라이브의 호라이즌 이벤트 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양옆에는 그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서 있다. EPA연합뉴스

15일 저녁 11시 50분(현지시간) 디모인 중심가의 '아이오와 이벤트 센터'. 미국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순간 시계는 8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마치 현직 대통령처럼 열정이 넘쳤고, 무대에 오르기 전 'MAGA'(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줄임말)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지지자들과 일일이 감사의 주먹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선 결연한 패기가 느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한 아이오와주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이 그를 둘러싸고 'God Bless the USA(신이시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연호하면서 '애국적인' 분위기를 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곧(soon, very soon)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것"이라고 말하자 환호가 터져 나왔고, 그는 청중을 향해 "여러분은 위대하다(great)"는 표현을 아낌없이 썼다.

아이오와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애증이 얽힌 지역구다.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한창 앞서가던 트럼프 전 대통령(득표율 24.3%)은 그해 2월 첫 공화당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27.6%)에게 패했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9%포인트 넘게 앞서면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이오와에서 평균 소득이 낮고 대학 졸업자가 적은 지역, 농업 중심 지역 등에서 트럼프가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지역, 전 유권자층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가 적은 지역은 물론이고, 기독교 성향이 짙은 북서부 아이오와를 비롯해 고학력 백인이 밀집한 디모인 주변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소하게 다른 후보들을 앞섰다.

이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21.2%,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19.1%, 비벡 라마스와미는 7.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득표 비중에 따라 전체 2429명 대의원 중 아이오와에 배정된 40명(약 1.6%)이 골고루 배분됐다. 4위 성적표를 받아 든 정치 신인 라마스와미는 경선에서 중도하차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재대결 가능성이 더 커졌다.

복병은 날씨였다. 북극 한파로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등 궂은 날씨 때문에 유권자들이 눈길을 뚫고 투표소로 향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날 투표한 공화당원은 총 11만명으로 2016년 코커스(20만명)의 60%에 그쳤다.

디모인 5개 선거구 투표가 동시에 치러진 플랭클린주니어고등학교에서 만난 60대 여성 마거릿 슐츠 씨는 '트럼프 코커스 캡틴'이라고 써진 모자를 쓴 채 "인플레이션 때문에 사는 게 힘들다. 트럼프야말로 경제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깜짝 등장해 "헤일리는 미군이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하기를 원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주니어와 마주친 헤일리 전 대사는 "다음 세대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해달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공화당 2위 대선 주자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이오와주 총 99개 카운티를 방문할 정도로 모든 에너지와 자금을 투입했으며, 이날 2위를 확보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조기 사퇴론을 물리치고 추격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헤일리 전 대사는 아이오와에서 3위에 그쳤지만 오는 23일 열리는 2차 경선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수적인 백인 중심의 아이오와주와 달리 뉴햄프셔는 중도층 비중이 높아서 헤일리 전 대사에게 높은 호감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경선을 지켜본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이긴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가 항상 여러분과 내가 극우 공화당 '마가'와 대결하는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디모인(아이오와)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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