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 전환 RSU ‘승계 악용’ 논란···한화 “책임 경영 목적”

박상영 기자 2024. 1. 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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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 제공.

한화그룹의 사실상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 등으로부터 약 390억원어치 받은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정 기간 후 자사주 50%를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바꾸는 RSU는 당초 전문경영인 등에게 주가 부양 등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급하는 게 기본 취지다. 그러나 한편으론 총수 일가의 경우 승계용 지분확보에 활용될 수 있는 맹점이 있어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김 부회장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에 걸쳐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RSU를 받았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일정 기간 재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자사주를 지급하는 장기 성과보상제도 중 하나다.

주가가 내려도 최소한의 보상이 보장되고,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전문경영인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네이버, 쿠팡 등 RSU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김 부회장의 RSU는 지급일로부터 10년 뒤 50%은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전환되고, 나머지 50%는 10년 뒤 주가로 계산한 현금으로 지급된다. 즉 김 부회장이 받은 RSU의 평가 가치는 10년 후 주가가 오르면 불어나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줄어들게 된다. 김 부회장이 세 곳의 회사로부터 받은 RSU 가치(2023년 12월 하루평균 종가 기준)는 총 389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 2020년 입사한 이후 불과 한 달 남짓한 2월11일에 RSU를 받았다. 당시 부여 수량은 약 3만7000주로, 10년 뒤에 절반은 보통주(약 1만8000주)로, 나머지 절반은 약 1만8000주의 10년 뒤 가치에 상당하는 현금으로 받기로 약정했다.

김 부회장은 2021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도 RSU 약 1만9000주를 받는다. 부여일은 그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2021년 3월29일로, 이사 선임과 동시에 주식 보상을 받은 셈이다.

무엇보다 RSU를 통해 김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점점 강화되는 점이 주목된다. 김 부회장이 매년 3개 회사로부터 받는 RSU 절반은 10년 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차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지금까지 ㈜한화에서 받은 RSU 중 주식 몫만 약 26만7000주로, 지분율로 환산하면 0.35%다. 앞으로도 매년 받을 주식 보상을 염두에 두면, 지분율은 점점 올라간다.

여기에 RSU 절반은 주가로 환산한 현금으로 받는 만큼 세금 등에 쓸 ‘자금 확보’에도 수월하다. 현행 상법은 대주주에게는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막고 있지만, RSU는 별도 제한이 없어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RSU를 모두 주식으로 지급한다면 근로소득세 납부를 위해 주식 절반을 매각해야 한다”며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절반은 현금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RSU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보수총액 67억7600만원에 더해 RSU로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받았다. 박 회장 동생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도 올해 3월 RSU로 ㈜두산에서 1만1544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3만8163주를 각각 받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재 영입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변질됐다”며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대주주가 RSU를 부여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화 측은 김 부회장의 RSU 지급에 대해 “성과급 성격보다는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 목적”이라며 “김 부회장 이외에도 전문경영인 등에게 RSU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부회장의 경영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라면 주요 계열사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게 더 간편하다”며 “RSU는 승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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