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정신으론 전쟁 상황 못 견뎌”…러시아, 12년 만 알콜 중독자 증가

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에서 알코올 의존 진단 사례가 ‘특별군사작전’ 이후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서 알코올 의존 진단 사례가 증가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15일 현지 매체 코메르산트가 러시아 연방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신규 알코올 의존 진단 사례는 5만4200명으로 2021년 5만3300명보다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과 2021년 사이 신규 알코올 의존 환자 수는 꾸준히 감소, 15만3900명에서 5만3000명으로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가 2022년 반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고 서방의 제재를 받는 등 사회·경제·외교적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루슬란 이사예프는 코메르산트에 "최근 몇 년간 사회·경제적 격변, 지정학적 대립 증가, 제재 압력 등으로 알코올 소비 감소 추세가 주춤해졌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의 사회적 불안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폼(FOM)은 2022년 10월 러시아인의 불안이 최소 3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인 70%에 달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불안이 커지자 알코올 소비가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는 음주량이 많은 나라로 알려졌지만 2010년대 초부터 주류 판매 연령·시간·장소를 제한하며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실제 정부가 주류 판매 제한을 도입한 이후 러시아의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15.7ℓ에서 9.0ℓ로 감소했다. 다만 2021년 기준 한국인(20세 이상)의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7.7ℓ임을 감안할 때 여전히 높은 수치로 해석된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