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다시 돌아온 권순우 "경기력은 아직 50%도 회복되지 않았다"

김홍주 2024. 1.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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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투어 무대에 복귀한 권순우가 호주오픈 1회전 후 테니스코리아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멜버른=박성진 기자, 백승원 객원기자]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호주오픈에 출전한 권순우가 1회전 패배로 일찌감치 단식에서 탈락했다. 경기 후 테니스코리아가 단독으로 권순우와 인터뷰를 가졌다.

권순우(697위) vs 루카스 클레인(163위, 슬로바키아) 6-7(0) 6-4 6-7(3) 3-6, 3시간 10분

Q. 상대의 첫 서비스로 시작된 게임을 기분 좋게 브레이크 하며 시작했지만 애석하게도 첫 세트를 따내지 못했다. 어떤 부분이 힘들었나?
A. 확실히 경기를 오랜만에 하다 보니 경기력 부족이었던 부분이 가장 컸다. 첫 세트를 좀 쉽게 가져갔더라면 전체적인 공 컨디션이나 게임 분위기가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많이 불안했다.

Q.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첫 시합이었는데, 하필이면 체력적으로 힘든 5세트 그랜드슬램 본선경기였다. 그런 부분이 부담이 되진 않았나?
A. 호주오픈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이번에 동계훈련을 조금 늦게 시작하긴 했다. 프로텍티드 랭킹 관련 유다니엘 코치님께서 규정을 바탕으로 언제까지 적용한 지 확인이 필요했고 그에따라 몸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코치님께서 세세하게 확인해보니 프로텍티드 랭킹을 올림픽 뿐 아니라 이번시즌 US오픈까지 사용할 수 있어, 큰 틀의 투어 일정을 확정하고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급하고 짧은 동계 훈련기간이었지만 오늘 경기 자체는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다. 과거에 5세트 경기를 그랜드슬램에서 해봤던 경험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

Q. 상대가 큰 키에 서브가 굉장히 강했다. 일전에도 그런 선수들과의 경기가 쉽지 않다고 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보완하고 싶다고 했는데, 오늘 경기 경험 역시 향후 발전을 위한 큰 자산이 될지?
A. 키가 크고 서브가 좋은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은 저의 숙제인 것 같다. 그런 선수들과 경기하면 내가 잘하는 스타일의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도 잘 발전시켜 나가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Q. 2023년 에들레이드에서 우승하며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투어에서 두 번 이상 우승을 한 선수가 되었다. 그 때 몸상태를 100%라고 하면 지금 몸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A. 체력적인 부분은 60~70% 정도 회복된 듯 하고, 경기력에 있어서는 아직 반도 못올라 온 것 같다.

Q.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어떤가?
A. 매 경기 끝나고 나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 후 다음날 일어나 봐야 내 몸상태를 정확히 알게 된다. 오늘 경기 후 상태는 아마도 내일 아침에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깨쪽에 있는 부상은 약간 무리한 동작 때문에 뼈가 웃자라서 생기게 된 거라 평생 안고 가야하는 것이라고 한다.

Q. 작년 애들레이드 대회 우승 랭킹 포인트를 방어하지 못하면서 600위권까지 밀려났는데 현 랭킹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오랫만에 이 정도로 떨어진 랭킹을 봤는데 프로텍티드 랭킹을 사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닌 듯 하다. 남은 기회들을 잘 살려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Q.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이 전폭적인 응원을 해주었다. 그부분이 경기 중 많은 도움이 되었나?
A. 팬분들의 응원 덕에 3, 4세트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응원을 워낙 많이 해주시다보니 그덕에 힘이 많이 났다. 솔직히 3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내주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는데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4세트까지 끝까지 열심히 했다. 마지막 세트 0-30으로 몰린 상황에서도 관중들이 ‘포기하지 마. 포기하지 마’ 해서 더욱 집중하려 했다. 경기하다보면 브레이크 당하고, 30-0, 40-0으로 포인트가 벌어지는 것이 제법 흔한 상황인데 그 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중들의 응원 덕에 끝까지 열심히 했다.

Q. 다음 일정은?
A. 일단 호주오픈 복식에 참여한다. 파트너인 마르코스 기론(미국, 복식 249위)과는 2년 전 호주오픈 복식에 함께 참여, 16강까지 올랐던 좋은 기억이 있다. 목요일 경기일 것 같다. 호주오픈 이후 한국에 잠깐 복귀, 선수촌에 합류하여 데이비스컵 캐나다전에 출전한다.

Q. 애들레이드 포인트를 잃어 지금 한국 선수 내 랭킹 3위가 되었다. 랭킹 때문에 데이비스컵 대진을 생각해보면 캐나다 1번 선수가 아닌 2번 선수와 1단식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A. 오히려 랭킹 높은 선수들과 경기하면 부담이 없어서 플레이가 잘 되곤 한다. 오히려 2단식을 하게되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Q. 올시즌 계획은?
A. 프로텍티드 랭킹이 올림픽과 US오픈까지 사용 가능하기에 프로텍티드 랭킹으로 마드리드, 로마 같은 마스터스에 참여하려 한다. 당장 3월에 있는 북미 시리즈인 인디안웰스, 마이애미 대회 역시 프로텍티드 랭킹을 사용하여 출전할 생각이다. 3월 북미 시리즈까지는 일단 확정된 스케줄이고 그 이후에는 유다니엘 코치님과 상의하여 조정할 생각이다.

Q. 유다니엘 코치님과는 운동 말고도 투어 스케줄까지 함께 논의하나?
A. 유다니엘 코치님께서 ATP뿐 아니라 ITF 관계자들과도 워낙 인맥이 좋으시기 때문에 운동 뿐만 아니라 이런 투어 일정에도 정말 큰 도움을 받는다.

Q. 민감한 질문이지만, 아시안게임의 사건 이후로 권순우 선수 기사를 쓰면 내용과 상관없이 부정적인 피드백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다. 아쉽겠지만 이것은 권순우 선수가 안고가야할 상황이기도 한데 이런 부분에 대해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A. 제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큰 실수를 한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제가 잘못한 것이 맞고 그렇기에 제가 안고 가야할 것들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좋은 이미지를 쌓아올리려는 노력도 했었지만, 그때의 실수 한 번으로 제 스스로가 그러한 이미지를 무너뜨린 것이기에, 스스로 다시 일어서서 좋은 모습을 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오늘 시합끝나고 졌음에도 불구하고 응원해주신 관중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다 응해주셨는데 그런 것도 노력의 일환이라고 봐도 될까?
A. 오늘 팬분들의 응원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기에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당연히 관중들에게 그렇게라도 보답해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팬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해드리고 싶었다.

Q. 성장하고 있는 선수로서 올시즌 특별히 성장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A. 무엇보다 멘탈적인 부분에 큰 성장을 하고 싶다.

Q. 금발로 염색을 했는데 금발일 때 성적이 좋아서 하는 것인가?
A. 성적과는 관련이 없다(웃음). 머리 색을 바꿔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가 염색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Q. 한국에 있는 팬들과 오늘 현장을 찾아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A. 오랜만에 팬분들 앞에 서는 거라 좋은 경기 보여드리려 노력했는데, 응원해주신 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현지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TV로 응원 많이 해주신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고, 대회 일정이 확정되었으니 다음 경기 때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재미있는 경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합니다.


경기 후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화답하는 권순우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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