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시대…美처럼 '시장친화 가이드라인' 서둘러야
첨단기술 현장 CES 찾아
새로운 안보 리스크 점검
"전세계 AI 안전성 논란 속
EU규제, 스타트업에 피해
기술발전 행정명령 필요"
北·러시아 사이버 위협 커져
국제 공조로 방어 강화해야
"인공지능(AI)을 규제만 할 수 없습니다. 혁신을 장려해야 합니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한국만의 'AI 대통령 행정명령'이 필요합니다."
임종인 대통령실 사이버 특별보좌관이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 30년 동안 인터넷 혁명과 함께 사회가 디지털화됐는데 지금은 AI를 플랫폼으로 하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임 특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9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됐다. 청와대는 생성형AI를 비롯해 디지털 자산 등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지난 2일 사이버안보 특보직을 신설하며 임 특보를 임명했다.
임 특보는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혀온 인물이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주로 정부의 운영을 개선하거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향후 해당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AI 행정명령이 대표적이다.
AI 기술 오용에 따른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AI 개발자들이 안전 테스트 결과와 다른 중요한 기술 정보를 제품을 출시하기 전 미국 정부와 사전에 공유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AI 훈련에 사용하는 개인정보를 규제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 것을 명시했다. 이러한 행정명령은 AI의 위험성은 최소화하면서 잠재성은 극대화하겠다는 시장 친화적 미국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특보는 미국을 예로 들며 우리도 행정명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안보도 중요하지만 기술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며 "1995년 구글과 아마존 등의 기업이 생겨났을 때 인터넷을 규제하는 법률이 미국에서 제정됐는데, 기술 개발은 장려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한 규제로 미국 인터넷 기업이 세계를 장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 특보는 "유럽은 AI 규제법을 만들며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 스타트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기술이 폭발하는 시기에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 특보는 "한국도 AI 행정명령이 필요한데, 큰 틀은 미국의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며 "AI 플랫폼이 향후 대한민국의 30년을 결정하는 만큼 이 분야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개발과 규제의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 특보가 현재 눈여겨보는 곳은 AI, 위성, 디지털 자산 등 새로운 기술과 함께 안보의 위협이 부상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오픈AI의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AI가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임 특보가 CES를 찾은 이유 역시 AI의 발전 상황을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더군다나 올해는 한국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 등 굵직굵직한 선거가 잇달아 발생하는 해이기도 하다. 생성형AI를 악의적으로 사용해 만든 가짜뉴스가 확대될 경우 유권자가 그릇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임 특보는 "딥페이크, 가짜뉴스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현재 부족하다"며 "중도층 표심이 AI 기반의 가짜뉴스에 영향을 받게 되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투표 자체를 못하도록 막는 사이버 공격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이버 공격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공위성 해킹이 가능함이 확인됐으며 북한은 디지털 자산을 해킹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에 임 특보는 국가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암호화폐(가상화폐)를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전 세계 블록체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미국 역시 발달한 한국의 정보기술을 원하고 있는 만큼 국제 공조는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미·일 정상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고위급 사이버 협의체를 신설하고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임 특보가 생각하는 사이버안보의 핵심은 '회복 탄력성'이다. 평창올림픽 당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엄청난 훈련을 했는데, 이는 실제 러시아의 공격이 있었을 때 빠른 시간에 회복하고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힘이 됐다. 임 특보는 "사이버 공격을 받았을 때 신속하게 복구하면서 같은 공격에 두 번 당하지 않는 면역체계를 만들어놔야 한다"며 "이는 '회복'보다 확대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국가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내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봤다. 임 특보는 "가령 선거를 예로 들면 국가정보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는데 이들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이버안보는 다를 것"이라며 "이를 균형 있게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인 사이버 특보
△1956년 서울 출생 △고려대 수학과, 고려대 석·박사 △경찰청 사이버수사 자문위원회(2001~2010년)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 학회장(2006~2013년) △대검찰청 디지털수사자문위원회 위원장(2007~2019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2012~2014년) △대통령 비서실 안보특별보좌관(2015년) △금융보안 자문위원장(2016~2020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2022년~)
[라스베이거스 원호섭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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