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락피쉬 글로벌 본사 삼킨 K패션…휠라 신화 잇는다

정슬기 기자(seulgi@mk.co.kr) 2024. 1. 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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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패션업체 에이유브랜즈, 英락피쉬 인수
2013년 韓 상표권 확보 후
주력상품 레인부츠 외에도
방한화·구두로 제품군 확대
韓시장 매출 510억 대성공
해외관광객 잇단 원정쇼핑
올해 일본·대만 진출 목표
서울 성수동 락피쉬웨더웨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고객들. 에이유브랜즈

패션 브랜드 '락피쉬웨더웨어'의 국내 판권을 소유한 에이유브랜즈(대표 김지훈)가 이 브랜드의 모회사인 영국 젠나를 최근 인수했다. 상표를 쓰기 위해 로열티를 내던 한국 기업이 해당 글로벌 브랜드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락피쉬웨더웨어는 비 올 때 신는 레인부츠, 겨울철 방한용 신발 등으로 20·30대 여성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에이유브랜즈는 2022년 말부터 젠나와 락피쉬 글로벌 상표권 인수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왔고 최근 인수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휠라코리아가 2007년 휠라 본사를 인수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K패션 회사가 한국의 시장성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본사를 사들인 것이다.

락피쉬는 2004년 영국 사우스웨스트 잉글랜드 콘월에서 탄생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이번 인수는 글로벌 49개국 락피쉬 상표권을 포함해 영국 본사 젠나의 지분 100%를 매입한 것으로, 앞으로 회사를 운영할 운전 자본을 비롯해 약 500만파운드(84억원)가 투입됐다.

인수 후에는 20년 이상 글로벌 패션사업 경험을 가진 김태균 이사를 젠나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해 영국을 기반으로 미주, 유럽권 사업을 영위할 예정이다. 에이유브랜즈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 물류와 원자재 확보의 핵심지가 되고 아시아 사업을 관장하기로 했다.

에이유브랜즈는 2010년 처음 젠나의 '락피쉬' 브랜드 한국 파트너로 인연을 맺은 뒤 2013년 한국 상표권과 사업권을 획득했다. 그 이후 '락피쉬웨더웨어'로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유명해졌다. 실제로 락피쉬웨더웨어의 레인부츠 판매량은 2022년 여름 7만3000족에서 지난해 여름 27만8000족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락피쉬웨더웨어의 국내 매장은 서울 성수점과 한남점이 있는데 매출 중 80%가 외국인 고객에게서 나온다. 여기에 최근에는 일본, 대만, 홍콩 패션 유통사들에서 파트너십 러브콜까지 받고 있고 있다. 김지훈 에이유브랜즈 대표는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락피쉬웨더웨어는 봄 시즌 메리제인 슈즈와 여름 레인부츠, 가을 패션잡화, 겨울 방한 슈즈까지 사계절을 완성해 성공적인 브랜딩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한 경험을 살려 일본·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에이유브랜즈는 지난해 매출 약 560억원, 영업이익 170억원을 올렸다. 그 가운데 락피쉬웨더웨어 매출은 510억원으로 2022년 200억원에서 2배 이상 뛰었다.

이 같은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에이유브랜즈는 2025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략과 함께 회사 내부 조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해 본사 역할을 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는 휠라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였다. 그러다 휠라홀딩스(당시 휠라코리아)의 윤윤수 회장이 2005년 내부 경영자 인수 방식을 활용해 휠라글로벌로부터 휠라코리아를 인수하고, 2007년 휠라의 글로벌 지주회사였던 미국 SBI(스포츠 브랜즈 인터내셔널)에서 휠라의 전 세계 상표권과 사업권까지 사들였다. 이후 휠라홀딩스는 2011년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 골프 브랜드를 소유한 미국 아쿠쉬네트를 인수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7년 휠라글로벌 사업권 인수 당시 3934억원대였던 매출은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22년 휠라홀딩스는 매출 4조2218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패션그룹형지도 2015년 국내에 론칭한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글로벌 본사를 2016년 인수한 바 있다. 또 독일 패션 브랜드 MCM의 독점 판매권 계약을 맺고 전개하던 성주그룹이 2005년 MCM 본사를 인수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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