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불완전판매 금소법 적용은 못한다
2021년 1분기 판매된 ELS 4조
금소법 시행전···소급 적용 안돼
당국 '설명시간 60% 단축' 홍보도
시중은행 및 증권사가 대거 판매한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올해 상반기 손실 규모가 5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당시 은행 등이 불완전판매를 했더라도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이나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소법 계도 기간에 금융 당국이 나서 ELS 판매 시 설명 시간 단축을 장려하고 허용해준 정황도 드러나 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KB국민은행·한국투자증권 등 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관련 브리핑에서 “현장 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심층 점검할 계획”이라며 “불완전판매 여부 등도 세밀하게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4일 기자간담회에서 “면피성·형식적인 절차만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판매사의) 책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검사는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손실이 확정된 상품들은 3년 전인 2021년 1월에 판매된 것들인데 금소법은 그해 3월 25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H지수 ELS 잔액만 3조 9000억 원에 달하고 손실률은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검사 결과 불완전판매 정황이 뚜렷해도 금소법 위반을 이유로 들어 처벌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금소법이 규정한 판매사의 손해배상책임도, 적합성·적정성 원칙 등 6대 판매 원칙 위배 사항도 물을 수 없다. ‘고령 투자자’의 기준도 금소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기존 70세에서 65세로 하향된 만큼 2021년 3월 말 이전에 65~69세였던 고령 투자자는 당시 법을 적용받아 고령 투자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3월 25일 이후 H지수 ELS 상품 판매 과정에도 금소법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검사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금소법 시행 직후 금융 당국이 금소법으로 새로 도입되거나 강화된 규제에 대해서는 위반하더라도 조치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며 2021년 9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계도 기간’을 부여한 탓이다. 당시 금융 당국은 “A 은행의 경우에는 계도 기간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ELS 설명 스크립트를 간소화했다”며 “설명 시간을 기존 20분에서 8분으로 약 60% 단축했다”고 ELS 판매 설명 시간 단축을 ‘성과’로 홍보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들의 금소법 미준수를 눈감아준 사이 ELS는 불티나게 팔렸고 그 결과 올해 9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 상품은 전체 잔액의 68.9%인 13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위반 행위에 고의나 중과실이 있다면 비조치의견서를 적용하지 않는 등 예외 조항이 있어 제재가 가능하다”며 “이외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소법 시행 전까지 투자자 보호의 주요 근거가 돼온 자본시장법이 이번 사태에 고스란히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2019년 12월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은 2021년 5월 10일에야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행령 개정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계약 체결 과정을 녹취하고 2영업일 이상의 숙려 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2021년 5월 10일 이전에 판매된 상품은 이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금소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전 판매분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소급 적용이 원칙적으로 안 된다”며 “금소법 계도 기간에 걸린 건 역시 (금소법 위반으로) 인정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금소법 시행 전에 판매된 상품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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