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찌감치 반도체 중요성 인식…10년내 K칩 안쓰는게 목표"

이진명 기자(lee.jinmyung@mk.co.kr),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4. 1.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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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가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과 대담을 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러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기 전인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도체 자립 목표를 세웠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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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밀러 교수-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 대담
2014년 이미 '반도체굴기'
美 견제 늦은감 없지 않아
대만 친미 정권 탄생으로
美中 공급망 경쟁 격화할것
K반도체 관점에서 보면
中은 경쟁자, 美는 큰 시장

◆ 다보스포럼 ◆

15일(현지시간) '2024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왼쪽)과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 밀러 교수는 반도체를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로 지목한 베스트셀러 '칩 워'를 집필해 유명해졌다. 특별취재팀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가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과 대담을 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러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기 전인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도체 자립 목표를 세웠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하 대담 내용.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인사가 당선됐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이 전 세계에, 특히 반도체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미 대만 선거 결과가 (반도체)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벌써 여러 국가와 기업은 공급망 재편 전략을 구상 중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기업에 공급망 다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단일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공급 업체를 확보 중이다. 이는 투자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이 변화는 적어도 5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나.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특정 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특정 설비에 대한 통제까지도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일본·네덜란드와 중국 간 반도체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대비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대중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을 자립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시 주석은 이미 2014년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명확한 목표로 세웠다. 당시 미국에서는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낮아 의회나 백악관에서도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주요국들은 뒤늦게 중국의 자립을 늦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은 이미 많은 종류의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2014년 이후 중국이 소비하고 직접 생산하는 반도체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상황은.

▷한국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중국과 미국이다. 한국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이 가장 진전을 보이는 분야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규모는 작지만 기술적으로 거의 최첨단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메모리 분야에서 가장 큰 두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도전이다. 중국이 기술적으로 몇 년 안에 따라잡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더 이상 한국 반도체를 많이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통제를 강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업계를 중국과 나머지 세계로 이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이 중국에 반도체 설비를 보유한 한국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 반도체 기술에 문제는 없나.

▷중국 반도체 생산의 비효율성, 즉 수율 문제가 관건이다. 대다수 중국 반도체 기업은 정부와의 거래나 정부 정책이 주도하는 계약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생산 비효율성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중국은 제재를 맞아 차선책을 사용하며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에 따라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중국은 삼성전자, 인텔 등이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자외선 리소그래피 설비를 규제 때문에 구매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에 대한 제재 효과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제재를 피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밀수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양이 밀수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많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기업 대부분은 중국과 미국 가운데, 미국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장기적으로 중국은 경쟁자이고 미국은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10년 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도전 과제가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문제는 더 크다. 중국에서 기업은 단번에 쫓겨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은 삼성전자가 10년 안에 미국 시장에서 주요 기업이 되기를 바라며 더 많은 공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고자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많은데.

▷작년은 반도체 산업이 매우 어려운 해였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메모리 생산 업체가 마찬가지였다. 현재 반도체 산업 상황은 삼성전자의 쇠퇴가 아닌 반도체 산업의 순환적 침체다. 삼성전자와 TSMC를 비교하자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역량을 갖춘 반면 TSMC는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능력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 = 다보스 이진명 부장 / 윤원섭 특파원 / 오수현 차장 / 이영욱 기자 / MBN 임채웅 기자 / 서울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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