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은 몇 등일까···TSMC에도 뒤져

강한들 기자 2024. 1.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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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경면에 조성된 탐라해상 풍력발전단지. 강윤중 기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5곳 중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최하위’로 평가한 보고서가 나왔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반도체 라이벌인 대만의 TSMC에도 뒤졌다.

독일 비영리 연구단체 신기후연구소는 16일 이런 내용이 담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식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IT 기업 5개, 패션 기업 5개 등 10개 기업의 ‘전력 조달 방식’을 평가했다. 각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을 ‘자사 범위 내’와 ‘공급망’ 범위로 나누고,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의 ‘투명성’과 ‘이행 정합성’을 높음, 합리적, 보통, 피상적, 제한적의 5개 척도로 평가했다.

평가 대상으로는 ‘업계 가장 큰 기업’인 점과 ‘자체 재생에너지 목표를 설정한 곳’ 등 조건을 고려해 10곳이 선정됐다. IT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함께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TSMC가 선정됐다. 패션 기업으로는 나이키, H&M, 갭(GAP), 룰루레몬(Lululemon), 인디텍스(INDITEX, ZARA의 모기업) 등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자사 범위 내 재생에너지 전략 투명도는 ‘보통’, 이행 정합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집계된 전력 소비량 자체는 공개하지만, 지역별로 나눈 분석은 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운영하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RE100)을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는 ‘1.5도 목표’에 미달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국가에서 RE100을 달성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잘하고 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삼성의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은 업계 경쟁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으며,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용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REC는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발전량만큼의 인증서를 받아, 필요한 기업에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국가가 전력망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계산할 때와 국외 기업이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가 이중 계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REC 구매는 역사적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추가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게 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라며 “전기의 물리적 흐름을 초과하는 REC 구매로 암묵적 이중 계산이 될 수 있고, 과잉 공급돼 가격이 너무 낮다”고 짚었다.

TSMC의 경우 “전반적으로 현재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4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기로 해, ‘1.5도 목표’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대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풍력 개발 전력구매계약(PPA)을 2020년 체결한 이후 PPA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조달에 특히 까다로운 규제가 있는 대만에서 리더십이 있다고 인식됐다”라며 “세부 정보는 부족하지만 가동되면 2022년 TSMC가 소비하는 전력의 약 3분의 1 수준”이라고 봤다.

애플은 전반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기 소비량이 특정 위치, 데이터센터별로 보고되고 있고, 신규로 설치되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 기업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만큼’을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간 단위’로 무탄소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와 이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10개 기업에서 기업 공장 소재지 등 현장에서 발전되는 재생에너지는 전체 전력 수요량의 1%에 불과하다”라며 “대부분 기업에서 매장, 사무실, 주차장, 데이터센터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릴 잠재력이 있고, 규제 장벽으로 저해되는 부분이 있다면 기업이 정책입안자 의견을 내는 등 장벽 해소를 위해 직접 참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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