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특허징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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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책을 꺼내 다시 마주하고 있다.
특허 분야는 더 그러하다.
이들 간 혁신의 대표 결과물인 특허자산의 변화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1986년 미국 T사와 반도체 특허전쟁을 겪으면서 특허 중시 경영을 시작하여 2005년에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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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책을 꺼내 다시 마주하고 있다. 처음 접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필자의 습관이다. 징비록이다. 징비록은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을 기록한 책이다. 징비(懲毖)는 "지난 일을 경계하고 훗날의 근심거리를 삼가다"라는 의미로, 후대에 전쟁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뼈저린 한으로 썼을 것이다. 뒤늦은 각성이었지만 그 간절함이 국가 전반으로 확산됐더라면 정묘호란, 병자호란,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략 등 참화는 없었을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눈감고 국가의 에너지를 모으지 못하면서 혁신이 멈춰선 결과가 불러온 참화다.
혁신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쇠락의 길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소멸의 길로 저성장의 늪으로 치닫게 한다. 특허 분야는 더 그러하다. 한때 세계 1위를 달리던 기업이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멀어진 경우는 허다하다. 휴대폰 사업을 보자. 시장 지배의 변천사를 보면 모토롤라는 노키아에, 노키아는 삼성과 애플에 자리를 내주었다. 누가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혁신을 멈추지 않았느냐가 운명을 가른 것이다. 이들 간 혁신의 대표 결과물인 특허자산의 변화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1990년대는 모토롤라와 노키아가, 2000년대는 노키아와 삼성이, 2010년대부터는 삼성과 애플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 결과 삼성과 애플이 시장의 대표 주자로 남게 되었고, 결국 모토롤라는 2011년 구글에, 노키아는 2014년 MS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삼성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1986년 미국 T사와 반도체 특허전쟁을 겪으면서 특허 중시 경영을 시작하여 2005년에 본격화했다. '징비'의 전사적 혁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2011년 특허전쟁에 맞닥뜨린다. 애플과 7년간의 스마트폰 특허 분쟁이다. 끊임없는 혁신에도 세계 시장에서의 생존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그 덕분에 파고를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흔히들 일본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고 한다. 특허자산을 보면 그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특허자산의 성장률을 보면 일본은 -3%대로 감소세를 보인 반면, 미국·유럽은 2%대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은 0.7%대의 성장세밖에 보이질 못하고 있다.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되돌아볼 시기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이 겪고 있는 힘든 시기는 누구에게든 올 수 있다.
기술패권시대, 어느 때보다 국가 차원의 혁신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가 미래를 이끌 12대 국가전략기술의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초격차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강한 무기가 되려면 좋은 특허자산으로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허 전략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구개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과를 높이는 데도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특허자산이 시장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데는 평균 5년, 많게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재우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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